[CAR]훌쩍 자란 몸집에 세련된 주행감성 탑재… 미니의 변신은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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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DRIVEN 미니 클럽맨 쿠퍼S

작고 앙증맞은 디자인의 미니가 차체를 키우고 실용성도 갖추면서 대중적인 차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미니 제공

“커지고 편안해진 미니는 더 이상 미니가 아니지 않나.”

이 같은 기자의 질문에 패리스 게럼 미니 클럽맨 프로젝트 매니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이 변하고 자동차 시장도 변하는데 미니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니에서 리무진이나 버스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작고 재미있는 차’라는 미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미니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미니는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 세계 150여 개국, 320여 명의 기자를 초청해 신형 ‘클럽맨’의 발표와 시승 행사를 열었다.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삶의 질이 높은 스웨덴을 무대로 클럽맨을 데뷔시킨 것이다.

포르셰만큼이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고유의 정체성에 매료된 마니아가 많은 미니여서 미디어를 통해 이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의중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고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변신한 미니 클럽맨 쿠퍼S를 스톡홀름에서 만나봤다.

세련되고 안정적인 디자인

미니는 신형 클럽맨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여러 수식어들을 동원했다. 클럽맨을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니에서 가장 크고 비싼 모델이어서 플래그십이라고 불러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자동차브랜드를 대표하는 고급 대형 세단에 사용하는 용어여서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미니는 그만큼 클럽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클럽맨을 보면 ‘당당한’ 크기에 놀라게 된다. BMW의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클럽맨은 미니 쿠퍼 5도어 모델보다 무려 27cm나 길고, 폭도 9cm 넓다. 커졌지만 앞뒤 휠의 축간 거리도 10cm 늘어나면서 비율이 좋아서 작은 차를 억지로 잡아 늘였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특히 새롭게 선보인 뒷모습은 놀란 토끼 얼굴을 하고 있는데 미니의 스타일답게 귀엽다. 구형 클럽맨의 멍청하면서도 ‘짐차’ 같은 느낌은 없다. 신형 클럽맨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상자 모양으로 생겼던 기존 스테이션왜건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뒤로 갈수록 지붕이 낮아지는 쿠페 느낌을 살짝 살렸고 좌우로 열리는 스플릿 도어의 ‘상용차스러움’을 상쇄하도록 후면부에 볼륨감을 더했다. 지붕 끝에는 스포일러도 붙였다.

범퍼와 펜더에 뚫린 에어가이드는 스포티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이 에어가이드는 장식이 아니라 전륜 휠 부근에 생기는 와류를 줄여주는 에어커튼을 형성해서 연료소비효율(연비)을 향상시킨다. 야간에 운전석 사이드미러에서 바닥으로 비추는 ‘MINI’ 로고의 웰컴 라이트도 운전자들이 즐거워할 포인트다.

프리미엄급 편의장비와 넉넉한 실내 공간

실내로 들어가면 기존 미니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곳곳에 ‘미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편의장비와 디자인이 숨어 있다.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후방카메라, 전동식 메모리 시트가 미니 모델 중 처음으로 들어갔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에는 차체 색깔 스트립 라인이 들어가 고급차의 실내를 보는 것 같다. 은은한 발광다이오드(LED) 실내조명도 분위기를 살려준다. 시트는 마름모꼴 바느질이 들어간 퀼팅타입에 파이핑으로 모서리가 마감돼 럭셔리를 추구했다.

실내 공간은 차체 길이에 비해 넓다. 키 178cm의 성인 4명은 무리 없이 탈 수 있다. 엔진룸을 좁게 설계했고, 앞뒤 바퀴 간의 거리가 일반 소형차보다 길어서 상대적으로 실내 공간을 넓게 뽑아낼 수 있었다. 트렁크 사이즈도 360L로 적지 않다. 중간 크기 여행용 캐리어 3개가 들어간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공간은 최대 1250L까지 늘어난다.



차분함과 운전재미의 조화

미니는 고강성 차체와 다이내믹한 서스펜션 설계로 반응이 예민한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고카트 필링’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럽맨을 타고 스톡홀름 부근 국도와 고속도로를 150km 주행하면서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차체는 탄력성이 있는 정도였고,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했으며 엔진은 힘이 있지만 반응이 나긋나긋했다.

기존 미니의 앙칼지고 거친 성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도로 위의 어떤 지점이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줄 것 같은 고카트 필링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세련된 차체의 거동과 쾌적한 주행감성이 차지했다. 예쁘고 편안하면서도 적당한 운전재미가 있는 차로 진화한 것이다.

차체의 길이와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거 미니 같은 고카트 필링을 유지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같은 조건이라면 앞뒤와 좌우 휠의 간격이 늘어날수록 예민한 반응은 줄고 안정감은 올라간다.

클럽맨의 엔진룸에는 기존 미니 쿠퍼S에 들어간 2L 가솔린 터보엔진이 그대로 자리 잡았다. 엔진에서 나온 힘은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전륜으로 전달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7.1초. 가속시간이 6.7초인 쿠퍼S 3도어 모델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더디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커진 차체가 주는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방음재가 많이 들어간 탓인지 다른 엔진의 음색도 부드럽게 조율돼 거친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클럽맨은 미니만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패밀리카로 이용해도 될 정도로 실용성과 편안함이 올라갔다. 서킷 밖에서는 편안하게 이동하고 싶은 기자 같은 중년 레이서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을 정도다.

작고 귀엽고 운전이 재미있지만 앙칼지고 불편했던 미니. 그래서 마니아들이 열광했던 미니. 이제는 마니아들만의 미니가 아니라 대중적인 미니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스톡홀름에서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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