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국사 수능 여론전’ 아전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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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교과서, 수능부담 줄어” vs “되레 문제 어렵게 낼것”
現 고2부터 절대평가 필수과목
전문가 “어차피 공통내용서 출제 국정화 상관없이 문제 쉬울 것”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은 민심을 직접 자극하기 위해 학습 부담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우고 있다. 이념보다는 입시 문제가 여론몰이에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단일 국정 교과서가 수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교과서가 8권에서 한 권으로 줄어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고 수능을 치르기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수능을 교과서 한 권에서 출제하면 지엽말단적인 것을 출제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둘 다 틀린 얘기”라고 지적했다.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와 수능의 난이도는 별개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2017학년도 수능, 즉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수능부터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모든 학생이 치르도록 했다. 교육부는 한국사를 필수로 하는 대신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등급만 산출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한국사를 필수화하면서 이미 기본적인 내용만 평이하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국정화로 수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교 한국사 교사는 “지금도 학생들은 학교가 선택한 검정 교과서 한 권만 공부하기 때문에 국정화를 한다고 학습 부담이 줄지는 않는다”면서 “게다가 수능 공부를 대부분 EBS로 하는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 인터넷강의 사이트의 한국사 강사는 “광범위한 한국사 교육과정에서 수천 문제를 내지 않는 한 지엽적인 문항이 나올 이유가 없다”면서 “수능은 과거 학력고사와 달리 개념 위주 시험이라서 지엽적인 것을 달달 외워 준비하는 시험도 아니다”고 말했다.

기존의 수능 한국사 기출 문제를 봐도 여야의 주장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면이 있다. 2005학년도 이후 근현대사 부분을 다룬 수능 문항들은 6∼8종의 검정 교과서에 공통으로 실린 학계의 통설 위주로 출제됐다. 역사 관련 과목은 수능 출제 과정에서 편향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있거나, 학계에서 정리되지 않은 이론들은 배제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는 이념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수능 기출 문제에서는 편향성을 비롯한 오류 논란이 없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른 수능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3명 중 1명은 3등급 이상을 받을 것으로 보여 대부분 대학의 수시모집 최저학력기준이나 정시모집 만점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면서 “절대평가 체제의 수능 한국사는 실질적인 수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국사#수능#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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