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과다 복용-잦은 폭음-과도한 스트레스 땐 ‘수면내시경’ 중 깨어나 통증 느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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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 검진 주의 할 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온 김모 씨(29)는 최근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면내시경’을 하면 고통스럽지 않게 검사를 마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검사 도중 잠에서 깬 것. 대장에 공기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과 푹푹 찌르는 듯한 고통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 씨는 “검사를 편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14만 원이나 냈는데,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할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면내시경을 통해 대장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10명 중 8명은 수면내시경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2003년 대장 수면내시경 첫 시행 당시에는 전체 검진자의 19.5%만 수면내시경을 택했는데, 2015년 현재는 85%를 넘는다.

문제는 김 씨처럼 수면내시경을 받다가 도중에 깨어나 고통을 겪는 검진자가 적지 않다는 것.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수면내시경 중에 깨어나는 검진자는 약 30%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검사 후에도 고통을 그대로 기억해 수면내시경에 공포심을 갖기도 한다.

○ 수면제 장기 복용자는 ‘검사 중 각성’ 위험

수면내시경에 쓰이는 주사제는 ‘미다졸람’이 대표적이다. 미다졸람은 맑은 무색 용액으로 된 앰풀형 주사제인데, 수술 전 진정 상태를 유도해 검진자가 가수면 상태에 빠지도록 한다. 이 주사제의 가장 큰 장점은 가수면 상태에서 다소 고통을 느끼더라도 잠에서 깨어난 뒤에는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성 수면제 복용자’는 미다졸람의 수면 유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수면제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같은 체중, 같은 연령대에 주사하는 미다졸람만 투약했을 경우 쉽게 잠에 빠지지 못한다. 검사 전 의료진이 ‘수면제를 복용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할 때 솔직하게 답해야 투약량을 조절할 수 있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기간 수면제를 복용한 경우 △과도하게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 △평소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한 환자의 경우 수면내시경 도중에 깨어나기 쉽다”며 “일부는 회복실에서 깨어난 뒤에도 고통이 그대로 기억난다고 불만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면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라도 일정 기간 복용을 중단하면 내성이 사라져 일반 검진자처럼 내시경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항우울제 복용자 발작·금단 현상 주의해야

수면내시경은 검사 과정에 수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검사를 마친 뒤 잘 깨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미다졸람을 주사해 수면에 빠진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한 뒤 환자는 회복실로 옮겨진다. 병원 침상 회전율 등을 고려해 20∼30분 수면 후 의료진이 ‘각성’ 효과를 내는 ‘안티도트’라는 주사제를 투약해 환자를 깨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안티도트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작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극도의 우울증, 감정 기복,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김성국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안티도트가 항우울제의 작용을 순간적으로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금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는 충분히 수면을 취한 뒤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말했다.

○ 수면내시경 아닌 ‘각성하 진정 내시경’

내시경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수면내시경은 검사 도중 깊은 잠에 빠져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소화기내과학회에서 쓰는 정식 명칭은 수면내시경이 아닌 ‘각성하 진정 내시경’이다. 즉, 감각은 살아있으나 가수면에 빠져 진정된 상태로 검사를 받는 것이다.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검사 도중 환자가 격렬히 움직이면 검사 자체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고, 무리하게 강행하면 장 천공 위험도 있다”며 “내 몸이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복용하는 약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의료진과 상의한 뒤 검사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결핵 등으로 폐 조직 손상을 경험한 환자는 검사 도중 무호흡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편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면내시경을 건강검진 때마다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박 교수는 “수면 상태에서도 몸이 고통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너무 잦은 검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 내시경은 2년에 1회, 대장 내시경은 5년에 1회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수면내시경#수면제#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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