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뼈 먹인 소를 먹는 것은 食人이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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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지음/강주헌 옮김/204쪽·1만3000원·arte

1981년 동아일보를 방문한 레비 스트로스(왼쪽). 동아일보DB
1981년 동아일보를 방문한 레비 스트로스(왼쪽). 동아일보DB
“문자가 없는 일부 종족은 육식이 식인 풍습을 약화시킨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사냥꾼(혹은 어부)과 사냥감 간의 관계를 친척 관계에 근거해서 생각함으로써 그 관계를 인격화한다. (…) 따라서 사냥과 고기잡이는 같은 종족 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식인 풍습으로 여겨진다.”

1996년 구조주의의 아버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쓴 글 ‘미친 소 파동의 교훈’ 중 일부다. 그는 소에게 소의 뼛가루를 먹여 키우는 것은 넓은 범위의 식인 풍습에 속한다고 본다. 또 초식 동물을 동종의 동물을 먹는 동물로 변환시켜 생겨난 위험(인간 광우병)과 가축 사육의 비효율성 탓에 언젠가 육식은 식인 풍습만큼이나 혐오스럽게 여겨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책은 저자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기고한 글 16편 등을 모았다. 저자는 ‘발전에는 하나의 유형만이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글에서 수렵과 채집을 했던 종족들이 과연 농업을 할 줄 몰라 그런 삶에 만족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그저 생산성을 앞세운 삶 자체를 멀리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종교 갈등, 광우병 파동, 여성의 지위, 인종차별주의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주제의 심층으로 파고들어가는 필봉에서 대가의 풍모가 전해온다. 저자는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문명사회와 그들이 원시적으로 보는 사회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심지어 심층에서는 동일한 원리, 즉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간지 기고글인 만큼 저자의 본격 연구서보다 이해가 쉽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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