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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올레나 쉐겔]재난-전쟁의 민낯 들춰내… ‘소련의 상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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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올레나 쉐겔]재난-전쟁의 민낯 들춰내… ‘소련의 상처’ 치유

동아일보입력 2015-10-09 03:00수정 2015-10-0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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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문학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전쟁과 재난 등 고통스럽거나 위기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또 앞으로 살아나갈 힘과 용기를 어디서 찾으려 하는지를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보여주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이러한 타인들의 고백을 통해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인도적 가치를 지켜 다시금 작품 속에 묘사된 비극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를 기대한다.

옛 소련 시기였던 1948년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벨라루스로 이주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소련 공산당이 알려주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전쟁을 겪은 일반인들의 진실이었다. 작가는 생존자 수백 명을 만났고 1983년에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을 썼다. 여성 생존자들만의 회고로 구성돼 있다. 흔히 다정한 아내나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상상되는 여성들은 그의 작품에서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젊은 독일 군인을 죽일 때 울었던 소련의 여성을 그린 이 작품은 검열로 출판 금지됐다 나중에 출판됐다.

그의 ‘아연 소년들’은 1980년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참여한 전쟁의 진실을 밝히는 작품이다. 소련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한 대부분 정보를 자국민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진실을 담은 그의 작품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통해 원자력의 공포를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 소련이 무너진 이후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죽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죽음에 매료되다’를 집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일련의 작품들을 쓰면서 하나의 연속작을 쓴다고 한다. 그의 작품 주인공들은 소련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독립한 나라에 살면서도 자신들도 모르게 사고에는 소련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알렉시예비치 스스로도 자신을 ‘호모 소비에티쿠스’, 말하자면 ‘소련인간’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는 소련의 상처가 없는 젊은 세대가 우리의 미래라고 믿는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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