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24개월 미만 영유아 ‘어린이 감기약’, 득보다 실

  • 입력 2015년 10월 5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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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만 6세 이하에 처방 안해 … 타이레놀은 과량시 간독성, 아스피린은 레이증후군 주의

만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약국에서 파는 ‘어린이 감기약’을 먹이면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7일 약국에서 파는 어린이 감기약 주의사항에 ‘만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그린콜시럽, 뮤코펙트시럽 등 어린이 감기약 143품목의 만 2세 미만 영유아 투약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전에는 ‘만 2세 미만의 영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약을 복용시키지 않는다’라는 문구로 어린이 감기약 복용 여부에 대한 부모들의 혼란을 가져왔다.

영유아에게 감기약을 투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영유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수 없어 감기약 안전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 감기약은 성인보다 복용량이 적어 안전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영유아는 간에서 약물을 해독하는 효소가 덜 분비되고 약 성분을 배설시키는 콩팥 기능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복용량 차이만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08년부터 만 2세 미만은 감기약을 먹지 않게 하고 만 4세 미만 역시 가급적 감기약 복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9~2006년까지 감기약을 복용한 어린이 122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고, 2004~2005년에만 2세 미만 영유아 1500여명이 감기약을 복용한 뒤 경련·의식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영국도 2009년부터 6세 미만에게 어린이 감기약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어린이 감기약의 투약 금지 연령 기준을 만 6세 미만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수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약국판매실태 및 병원처방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국 100개 중 70개가 24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판매 금지된 어린이 감기약을 병원 처방없이 판매하고 있었고, 조사 대상 50개 병원 중 41개가 안전성 우려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처방했다”고 지적했다.

감기는 1~2주 내로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감기약 일반의약품은 증상을 완화시켜 빠른 회복을 위해 사용된다. 감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거나 유병 기간을 단축시키지는 못한다. 감기는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하며, 오래 방치하면 중이염이나 폐렴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여행 등 의사와 만나기 힘든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약을 지속적으로 먹이는 것은 안 좋다는 게 소아청소년과의사들의 견해다.

감기약은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 코감기약, 기침약, 가래약 등이 있다. 이들 성분이 복합된 종합감기약도 있다. 해열진통제로 주로 사용하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등이다. 코감기약에는 클로르페니라민, 슈도에페드린 등이 있다. 기침약 주성분은 덱스트로메토르판과 노스카핀 등이다. 가래약은 구아이페네신, 염화리소짐 등을 주성분으로 사용한다.

기침·콧물이 심해 잠을 못 자거나 우유를 못 먹어 건강에 위협이 되면, 의사 판단 하에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처방할 수 있다. 열이 나도 함부로 약을 쓰지 않고 먼저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하거나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게 좋다. 아이의 옷을 벗겨 찬물에 담그거나 차가운 알코올솜으로 닦아주는 것은 인체의 반작용으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최근엔 권장되지 않는 추세다. 열이 38.5도 이상 올라가고 아이가 계속 우는 등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해열제를 먹인다.

해열제는 어린이 타이레놀(4개월 이상)이나 부루펜(6개월 이상)을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량을 먹이게 되면 간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액체형 아세트아미노펜은 용량이 ㎖와 ㎎으로 표기돼 있는데 ㎖을 기준으로 따라서 마셔야 한다. 아스피린은 어린이 경우 간이나 뇌가 손상되는 레이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종합감기약은 해열·진통·소염제(아세트아미노펜 등), 콧물·코막힘약(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 등), 기침·가래약(엘카르보시스테인 등)을 섞어 단맛이 나는 성분을 넣고 액체·과립 형태로 만든 약이다. 보통 만 2~15세가 복용한다.

어린이 감기약 제형으로는 시럽제, 가루약, 알약, 캡슐제, 과립제, 좌제 등이 있다. 어린이에게 약을 먹이기 가장 편안한 시럽제는 약물이 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어 가볍게 흔든 뒤 반드시 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계량컵 등을 사용해야 한다.

가루약이나 과립제의 경우 물로 아이 입을 적신 후 약을 먹이고 물을 1컵 정도 마시게 한다. 잘 먹지 못하는 경우, 소량의 물에 약을 완전히 녹여 먹여야 한다. 완전히 녹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가 가루로 인해 기침하거나 토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정제 및 캡슐제로 된 감기약은 7세 이하 어린이가 잘 삼키지 못할 수 있어 가급적 먹이지 않는 게 좋다. 의사나 약사의 지시 없이 마음대로 갈거나 부수지 말고 그대로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린이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먹여야 한다.

어린이 감기약에 사용하는 좌제는 항문으로 삽입 후 체온으로 용해돼 직장 점막에서 흡수된다. 가급적 배변 후에 투여하고, 좌제가 빠져나오기 쉬우므로 보호자는 빠져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 약물은 어린이에게 효과 및 안전성 자료가 미흡하므로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이상 사용을 피해야 한다. 제품설명서에 있는 투약 지시사항과 의료진과의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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