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새만금 송전탑 선로 놓고 주민-한전 힘겨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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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산단 입주기업 위해 88개 건설… 주민들, 농경지 우회-지중화 요구
공사 재개 3년만에 양측 또 신경전

새만금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 중인 송전탑 건설 공사가 기존 노선을 주장하는 한전과 선로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대립으로 수년째 삐걱거리고 있다.

주민들은 현장 농성으로 공사를 막고 한전 측은 새벽 공사까지 강행하면서 양측간에 물리적 충돌에 이어 방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한전의 산단 전력 수요 예측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 상공업계는 조속한 송전선로 완공을 촉구하고 나섰다.

○ 송전탑 노선 놓고 주민-한전 팽팽


새만금 송전선로는 새만금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군산변전소∼새만금변전소 구간에 345kV급 송전탑 88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군산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정상 가동을 위해 전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지금까지 송전탑 42개를 세웠다. 그러나 환경 파괴와 재산권 보호를 내세운 주민들의 반발로 2012년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가 3년여 만인 올해 5월 재개됐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조정안이 마련되기도 했으나 인근에 공군비행장을 운영하는 주한미군이 거부해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기존 공사를 포함한 총공사비는 870억 원 규모다.

주민들은 농경지를 우회하는 대안 노선과 선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군산시 회현·옥구·미성지역 반대 주민들은 지난달 9일부터 나흘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군산산업단지의 전력 수급 문제가 내년이면 모두 해결되는데도 한전이 지금 건설해도 앞으로 7년 이상은 전혀 쓸 일이 없는 송전선로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며 “국회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공개토론회를 열어 진실을 밝혀 보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군산산업단지의 전력 수급량 및 지중화 무산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군산시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전력 강화가 시급 하기 때문에 진상조사위를 가동하면서 공사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군산지역은 군산변전소에서 154kV 송전선로 2개 루트로 전력을 공급 하고 있으나 송전선로 이용률이 80%를 초과해 전력 계통이 취약하다”며 “새만금 송전선로 공사는 전북의 미래와 관련된 만큼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측의 주장이 워낙 강경해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 주민-한전 간 접점은 없나


갈등이 이어지면서 양측 간의 물리적 충돌에 이어 의문의 화재 사건까지 발생했다.

8월 11일 군산시 비응도 옥려저수지 부근 91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공사 반대 주민들과 공사 관계자들이 충돌했다. 이날 충돌로 손모 씨(75·여) 등 6명이 상처를 입는 등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오전에는 군산시 산북동 송전탑 공사 현장에 설치된 농성장에서 불이 나 반대 주민들이 현장에 설치한 텐트가 불에 탔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 자연 발화 요인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지역 상공회의소와 기업들은 기업 유치와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송전선로의 조속한 완공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산상의는 “새만금 송전선로 건설이 늦어지면서 군산산단 기업들이 조건부 전력을 공급받는 등 큰 애로를 겪고 있다”며 “원활한 기업 유치와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전이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를 부풀려 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한전이 건설 중인 열병합발전소와 지중선로 공급량을 누락해 전력 부족을 부풀렸고 선로 고장을 전제로 설비계획을 내놨다”며 “주민이 제안한 노선으로 변경할 경우 추가될 공사비 660억 원 정도를 부담해 주민의 요구대로 노선을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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