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근절하려면 건물 몰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바지사장-실제 업주-건물주 검거 공로
여성부장관 표창 받은 김효진 검사

“성매매에 이용된 건물을 몰수하는 건 업소들이 기생하는 ‘숙주’를 없애는 일과 같습니다.”

올 2월 성매매 전담부서로 발령된 지 넉 달 만에 시각장애인 ‘바지사장’ 뒤에 숨은 성매매 업주를 밝혀내고, 성매매가 이뤄진 건물을 몰수한 의정부지방검찰청 김효진 검사(34·여·사진)는 “성매매는 장소가 없으면 안 된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 우선 ‘성매매=돈벌이’라는 공식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바지사장-실제 업주-건물주’로 이뤄진 성매매 알선 사범 일당을 검거하고 성매매 수익과 건물 등을 몰수 추징한 공로로 23일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김 검사는 22일 의정부지검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건물주에 대한 처벌이 잘 안 돼 수익을 위해선 얼마든지 건물을 임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며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면 혹독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범죄 동기가 미연에 꺾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성매매의 은밀성과 ‘돈’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바지사장은 자신의 ‘돈줄’인 실제 업주를 감추고, 업주는 거액의 보증금을 볼모로 잡혀 건물주의 가담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자신이 마사지업소의 실소유주라면서 실제 업주를 비호한 시각장애인 바지사장은 김 검사의 증거 공세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운전하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웬 주유소 결제 내용이 이렇게 많지’ ‘경찰 단속이 뜰 때 종업원 전화는 왜 다른 사람에게 몰릴까’ 등 김 검사의 의문은 수사의 초점을 바지사장이 아닌 실제 업주로 옮기게 했다. 실제 업주로 의심된 남성의 휴대전화에는 건물주와 성매매 운영에 관한 논의를 한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업주의 집에서 찾아낸 낱장으로 된 일일장부도 결정적인 증거였다.

성매매 단속의 애로사항을 묻자 김 검사는 “업주들은 바지사장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건물주는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에 검거한 업주와 건물주도 3년 전 성매매로 나란히 적발됐다가 업주만 벌금형을 선고받고 건물주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건물주는 단속된 건물 인근의 또 다른 본인 소유 건물에서 또다시 버젓이 성매매 업소에 세를 줬다.

김 검사는 “3년 전 종업원인 척하면서 빠져나간 업주와 ‘정상적인 마사지업소로 알고 임대를 줬다’는 건물주의 변명이 예전과 판박이였다”며 “같은 거짓말은 두 번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재결합해 운영한 업소가 10개월간 벌어들인 수익은 7억3000만 원에 이른다. 실제 업주는 최근 1심 법원에서 실형과 함께 3억여 원을 추징당했고 건물주의 재판은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