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신용등급 빨간불… 브라질-러시아 투자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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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수출 악화에 정치 혼란… S&P, 브라질 투기등급으로 강등
전문가들 “디폴트까진 안갈 것”… 일각선 “저가매수 기회” 분석도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자 신흥국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흥국들로부터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고 통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확실하게 보이기 전까지 신흥국 투자를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9일(현지 시간) S&P가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로 내린 이후 다른 신흥국들로 불안감이 옮아가고 있다. 16일 무디스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외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브라질, 터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언급했다. 피치도 최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일부 신흥국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은 브라질 신용등급 강등 직후 많은 신흥국이 신용등급 조정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에 이어 경제적 위기에 처한 국가로 러시아, 터키, 남아공을 지목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제기되는 신흥국들은 공통점이 있다. 원자재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2011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패 스캔들까지 겹쳐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JP모건은 2016년 말까지 무디스와 피치도 S&P와 마찬가지로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 제재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러시아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4.4%로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반정부 시위 등 국내 정치적 혼란도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터키는 외채 부담이 큰 가운데 통화 가치까지 하락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달 초 달러당 터키 리라 환율은 3.04리라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1월 총선과 쿠르드족 반군,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정치적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남아공은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36.5%로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국 자본이 주식시장의 20.6%를 차지하는 등 경제규모 대비 외국자본 의존도도 높다.

전문가들은 신흥국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이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이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현재로선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걸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하나도 없다”며 “확실한 경기 개선의 조짐이 보이기 전까지 신흥국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투자를 한 투자자들도 손실이 5% 이내로 감당할 수준이면 지금이라도 환매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가별 상황이 다르므로 일부 신흥국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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