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귀농-귀촌,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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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귀농·귀촌이 반가운 것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 가는 농촌 지역을 재생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농가의 평균연령은 65세를 넘어섰다. 반면 2014년 귀농인의 평균 연령은 54세에 못 미친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귀농·귀촌인 정착에 따른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40대 이하 젊은 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귀농·귀촌인의 농촌에서의 역할은 고무적이다. 젊은 귀농인들은 농업기술 교육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기존의 고령 농가보다 새로운 농법을 시도하는 데 거부감이 덜하다. 이들은 도시에서의 경험을 살려 농산물 마케팅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농업의 6차 산업화의 주역이 되기에도 적합하다. 귀농·귀촌인은 농촌의 일손 부족 해소에도 기여한다. 직업과 출신 배경이 다양한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서 연출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 자체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촌사회를 좀 더 열린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귀농·귀촌이 농촌 지역에 미치는 여러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그 지속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과거 외환위기 때 귀농·귀촌인이 대폭 증가했다가 경제 상황이 나아지자 도시로 되돌아간 이가 많았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례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귀농·귀촌인이 농촌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면 당사자에게도 큰 고통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이다.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일자리이다. 귀농·귀촌인 다수는 농업에 도전하고 일부는 도시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농촌에서의 창업을 시도한다. 하지만 농업을 통해 안정된 소득을 얻고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인들은 그들이 농촌에 잘 자리 잡을 때까지 생활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는 일자리와 이를 알선해 주고 유지하도록 후원해 줄 수 있는 장치에 목말라 한다.

민간 경제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농촌 일자리 상당 부분은 공공부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창출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이다. 관련 법 제정 이후 농촌에는 어림잡아 4000개 정도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마을 가꾸기, 복지 공동체, 로컬푸드, 기타 도농 교류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조직이 꽤 많다. 성과를 올리는 조직들의 공통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각 분야의 기술을 갖춘 다양한 사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경제 활동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이러한 조건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귀농·귀촌인은 그들의 배경만큼 능력도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지역과의 연대가 부족한 그들이 귀농·귀촌한 지역에서 충분히 제 역량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과의 연대와 협력은 사회적 경제 기반을 견고히 하여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농촌 지역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행정 주도 개발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달한 농촌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농촌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사회적 일자리에 귀농·귀촌인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귀농·귀촌인의 농촌 정착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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