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무심한 엄마 때문에 오세는 심술이 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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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개구리 사건/잉그리드 올손 글/샬롯 라멜 그림/황윤진 옮김/
32쪽·1만2000원·우리나비

‘오세’는 다만 이 개구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엄마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길에서, 게다가 죽은 개구리를, 집 안까지 갖고 들어와 친구 ‘말테’에게 보여주러 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무심한 대답만 해주지요.

엄마의 상황은 이래요.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서두르듯 앞서서 걷거나 장봐 온 물건을 냉장고에 넣고 정리하는 모습입니다. 벌써 오븐에 무언가 넣어 돌리고 있기도 하지요. 식탁을 차리고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세의 말에는 ‘나중에’ ‘안 돼’ ‘징그러’ ‘곧’이라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답해요. 오세는 점점 화가 납니다. 식탁 밑에도 들어가고 개구리를 접시 위에 올려 놓아도 효과는 없어요.

어느 날 아이가 전혀 엉뚱한 사고를 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행동은 다 이유가 있답니다. 오세의 말에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궁금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면 아껴둔 옷감을 가위로 다 잘라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 책에서 주의 깊게 볼 것은 연출입니다. 오세가 엄마에게 질문을 하고 말을 건네는 동안 무성의한 답만 반복하는 엄마 얼굴은 계속 가려지거나 화면 밖으로 나가 있습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엄마를 표현하기에 이만큼 효과적인 연출은 없을 거예요. 엄마가 오세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장면에서야 얼굴이 드러납니다.

친구 말테가 왔다 간 후에도 오세의 화는 다 풀리지 않았나 봐요.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엄마에게 소심한 복수를 합니다. 이야기는 책의 맨 뒷장까지 알뜰히 활용해 마무리돼요.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겠어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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