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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치매 엄마와 나, 평범한 일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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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치매 엄마와 나, 평범한 일상의 기록

손택균기자 입력 2015-09-19 03:00수정 2015-09-1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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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어진 기억/사라 레빗 지음/알리사 김 옮김/132쪽·1만6000원·우리나비
‘엉클어진 기억’의 결말 부분 컷. 우리나비 제공
지은이의 어머니는 55세 때 치매 진단을 받고 5년 동안 집에서 가족의 보살핌을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요양원으로 옮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치매 판정 후 가족이 겪은 일을 기록해 만화 형식의 그림과 글로 엮은 이 책 내용은 위 문장 한 줄로 요약된다.

자기 자신 또는 사랑하는 이에게 닥친 병은 감상을 섞어 마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잠시 문안 온 타인이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모든 가족에게 얹어진다. 글쓴이는 치매로 인해 차츰 글 쓰는 법을 잊어간 어머니가 남긴 메모를 곳곳에 삽입했다. ‘정원에서 자란 마늘 쪽파 씨를 보낸다. 싹을 틔우기 바라며. 엄마+아빠가.’ 삐뚤빼뚤 힘겹게 눌러 적은 메모를 영문 이미지 그대로 싣지 않고 비슷하게 흉내 낸 한글로 번역해 그려 실은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는 의심스럽다. 머리를 다쳐 글씨 쓰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가던 가족을 지켜본 경험을 가진 독자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치매 환자는 냄새 맡는 방법, 수치심도 잊는다. 욕조에 앉은 지은이의 어머니는 몸에서 흘러나온 오물이 둥둥 뜬 물에 샤워스펀지를 적셔 몸에 문지른다. 지은이는 샤워기를 들고 욕조를 치운 뒤 어머니의 몸을 씻기고 침대에 눕힌다. 불을 끄고 방문을 닫고는 말없이 거기 서서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병든 가족을 돌보는 이가 겪는 평범한 일상이다.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을 계기로 들여다본 가족의 의미를 읽을 수도, 한국보다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아 보이는 간병 시스템에 대한 묘사만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어느 쪽도, ‘감상’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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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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