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취업률 높은 실용 위주로 재편… 인문계열 학과 3년새 55개 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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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015학년도 4년제대 정원 분석

최근 대학들이 취업률이 높은 실용학문 위주로 학과를 재편하면서 국어국문학 독어독문학 등 인문학 학과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대학 정원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인문학을 가르치는 학과에서 정원 감소 폭이 유난히 더 컸고, 학과 수도 크게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학과 특성화 추진 과정에서 취업률을 강조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순수·기초학문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2, 2015학년도 4년제 대학의 학과별 입학정원 현황’에 따르면 인문계열 학과는 3년 전 976개에서 올해 921개로 줄었다. 불어불문학과 민속학과 철학과 유럽학과 등 55개가 사라진 것이다. 입학정원도 2012년 4만6108명에서 올해 4만2303명으로 3805명이 줄었다. 전체 정원이 감소했기 때문이지만 의약계열은 1616명이 늘었고 공학계열도 497명 증가하는 등 실용학문 계열 학과에서는 오히려 입학정원과 학과 수가 늘어나면서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인문계열에서 학과와 입학정원이 감소한 것은 정부가 대학 평가와 특성화사업 등에서 취업률 수치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2013년 정부 재정 지원 제한대학 평가 과정에서 대학 정원 감축에 가산점을 줬고, 취업률 수치 또한 중요 평가요소로 반영하면서 산업 수요 중심으로 학과 재편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도 산업 수요 중심으로 학과를 재편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 강화를 약속하면서, 인문계열 학과와 정원 감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대학 입장에서는 취업이 잘되는 이공계열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학과 통폐합이 가속화될수록 인문학 기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문학 전공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취업률을 기준으로 하는 대학 평가와 재정 지원 방침이 경영학과 공학, 인문학의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의원은 “취업률만 강조하지 말고 순수학문의 사회적 토양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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