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벼랑 끝 심학봉의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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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오랜만에 할 일을 했다. 보험설계사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16일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12년 5월 출범한 19대 국회 윤리특위의 징계 의결이 전무했던 불명예를 겨우 벗었다. 징계 의결은 2011년 5월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 의결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 모두 여당 소속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심사를 받았다.

▷국회는 1991년 자정 기능을 발휘한다는 취지로 윤리특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야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거나 정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14년 동안 상정된 182건의 징계안 중 통과된 것은 12건에 불과했다.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징계는 야당이 외면한 대표적인 늑장 심사 사례다. 안건 상정 이후 작년 연말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이 날 때까지 그는 1년 4개월간 의원직을 유지했다.

▷최근 불륜 스캔들로 방송에서 하차한 강용석은 당시는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어린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여성 방송인의 명예훼손으로 이어지면서 일파만파를 불렀다. 제명안 표결 직전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이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는 성경의 말을 인용해 ‘강용석 구하기’에 총대를 멨다. 제명안은 부결되고 18대 국회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유부남인 심 의원은 국회 상임위도 빼먹고 대낮에 호텔로 여성을 불러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다. 강용석에 비해 죄질이 훨씬 나빠 헌정사상 최초로 윤리 문제로 제명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 윤리심사는 일종의 정치재판이다. 징계심사소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사법재판의 3심에 견줘 볼 수도 있다. 제명을 당하면 수치요, 살아남아도 구차할 뿐이다. 동료 의원들의 고심을 덜어주는 뜻에서 스스로 의원직을 던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심 의원이 사퇴해도 내년 4월 총선까지 7개월밖에 남지 않아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는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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