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익 450점 영어교사 해고할 수 있어야 교육개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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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로 해외연수까지 다녀온 일부 초중고교 영어교사들의 영어실력이 중위권 중고교생들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평균 1100만 원씩 들여 해외연수를 마친 광주시 전라남북도 제주도 영어교사 191명 가운데 전북의 26명이 토익(TOEIC) 시험을 치렀더니 990점 만점에 평균 749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입사 지원에도 750점 이상이 요구되는데 450점을 받은 교사도 1명 있었다. 텝스(TEPS)를 본 다른 시도 교사들의 평균 점수도 고교 수험생 평균(690점)보다 못한 637점이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교육과정 개정안 시안을 발표하면서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의 비율을 7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기본 실력이 안 되는 교사들에게 영어수업을 맡겨 우리 아이들의 입과 귀를 트이게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한국의 교사들은 임용고시를 통과한 우수한 인재라지만 일단 교사가 되면 평생 해고나 불이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국공립학교 교사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사립학교 교사들은 준공무원으로 고용 보호를 받고 있어 성폭력이나 횡령 같은 심각한 범죄만 아니면 아무리 못 가르쳐도 해고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3일 교원평가제 유형을 간소화하고 2011년 도입된 학교성과급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개인성과급 차등지급률을 50%에서 70%로 바꿨는데도 전교조는 “교원 간 경쟁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해마다 교원성과급 균등 분배를 주도해온 전교조 주장을 따른다면 굳이 교사가 잘 가르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최근 노동개혁 논의 속에서도 교사들은 제외돼 있다. 정년보장에 은퇴하면 두둑한 연금까지 받는데도 임금피크제는 무풍지대다. 정부는 정확한 교원평가를 바탕으로 ‘저(低)성과 교사’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전직(轉職)이든, 면직이든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무능한 교사를 퇴출시키지 못하면서 백날 교육개혁, 노동개혁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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