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뼈대-외모-근육 모두 맹수”…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센 놈’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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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DRIVEN]재규어XE R-Sport

재규어 XE의 주행 모습. 독일차가 장악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대항마가 될지 주목된다. 오른쪽 아래는 재규어가 독자 개발해 재규어 XE에 장착한 2.0L 디젤엔진의 모습.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재규어 XE의 주행 모습. 독일차가 장악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대항마가 될지 주목된다. 오른쪽 아래는 재규어가 독자 개발해 재규어 XE에 장착한 2.0L 디젤엔진의 모습.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피자, 스파게티, 스테이크.’

하품이 나오는 외식 메뉴다. 주말이면 뭔가 새로운 것을 먹고 싶어 맛집 블로그를 뒤지고 지나간 ‘먹방(먹는 방송)’을 돌려 보지만 결국 선택은 제자리다.

프리미엄 준중형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너무나 흔해진 BMW ‘320d’, 메르세데스벤츠 ‘C220 블루텍’, 아우디 ‘A4 30 TDI’라는 독일 3인방 외에 다른 무엇을 찾아보지만 역시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재규어는 이 같은 소비자의 갈증을 해소해주겠다며 ‘XE’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재규어는 15년 전 프리미엄 준중형 시장에 ‘X타입’이라는 카드를 처음 내밀었지만 포드 ‘몬데오’에 재규어의 가죽만 씌운 차라는 혹평을 받고 단종됐다.

재규어는 이번 XE에 대해 “외모뿐만 아니라 뼈대와 근육 모두 맹수”라고 장담했다. XE로 다양한 테스를 하며 성능을 확인해봤다.

스포츠 세단 스타일

얼핏 보면 전면은 재규어의 대형차인 ‘XJ’, 후면은 스포츠카인 ‘F타입’을 닮았다.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성의 없는 짬뽕 디자인이 아니라 품위와 고성능이라는 감각을 잘 조화시켜서 새로운 창조를 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XE를 타고 서울 시내를 나섰다. 남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듬뿍 느껴졌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서까지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독일 3사의 동급 세단을 타고서는 맛볼 수 없는 기분이다. 물론 언제까지 이런 ‘신상’ 프리미엄이 유지될지는 모르지만.

XE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길게 뻗은 듯한 보닛과 앞 뒤 차축의 가운데 있는 운전석, 낮게 깔린 루프 라인으로 스포티한 멋이 잘 우러난다.

인테리어는 간결한 편이다. 화려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것 같다. 계기반 디자인도 평범하다. 그나마 파란색 스티치와 스포티한 느낌의 시트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기분을 약간 살려준다.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붕이 낮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무게중심을 낮춰 운동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승하차에는 약간 불편하다. 뒷좌석은 동급 대비 좁다. 키 175cm의 성인이 앞뒤로 앉으면 무릎이 앞좌석에 닿을 듯 말 듯 한다.


평범한 동력성능과 뛰어난 연비


XE에는 재규어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2.0L 디젤엔진이 들어갔다. 출력은 경쟁 모델들과 비슷하다. 재규어에서 내놓은 제원표를 보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이 7.8초다. 정밀장비로 여러 차례 측정을 해봤지만 9.3초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혹하게 운행했을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스포츠모드로 측정을 해도 더 이상 줄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가속감이 더디게 느껴지진 않았다. 초반 가속이 약간 굼뜨지만 시속 40km를 넘으면 가속력이 살아나서 시속 200km까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속도가 올라갔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답답할 일은 없겠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은 공식 제원보다 좋게 나왔다. 출근시간대 체증을 포함한 일상적인 서울 시내 50km 주행 연비는 L당 12.3km로 측정됐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50km를 주행했을 때는 L당 21.7km라는 숫자가 트립컴퓨터에 찍혔다.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의 절묘한 조화

XE의 장점은 고속주행에서 잘 나타났다. 속도를 한계치까지 올렸을 때 안정감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경쟁모델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높았고 실제로 높은 속도에서도 원하는 커브라인을 정확하게 유지하며 돌아 나가는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짧은 코너가 이어지는 커브길에서 다이내믹하게 운전을 해도 차의 밸런스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아 재미있으면서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다. 뛰어난 차체 및 서스펜션 설계와 양쪽 뒷바퀴에 걸리는 힘을 조절해 코너링을 도와주는 토크벡터링 시스템이 합쳐진 결과다.

XE의 차체 75%는 알루미늄으로 이뤄졌고 일부 마그네슘까지 적용됐다. 기본 차체 무게는 불과 215kg이다. 게다가 무거운 주물이 대부분인 디젤 엔진 블록을 알루미늄으로 대체해 80kg을 줄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차중량은 1670kg으로 동급 대비 50kg가량 무겁다. ‘쓸데없이 비싼 알루미늄을 왜 쓴 거야’라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재규어는 이에 대해 “차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알루미늄 보디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서스펜션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차체를 가볍게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규어의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에 후륜은 인테그럴 링크가 들어갔다. 서스펜션 부품 역시 대부분 알루미늄 합금이다. 차를 리프트에 올려 서스펜션의 구조를 확인한 결과 경쟁 모델 대비 각종 링크와 휠이 연결되는 너클이 견고하게 제작됐으며 부품의 숫자가 많았다.

이 같은 기술과잉으로 XE는 벤츠 C클래스 못지않은 쾌적한 승차감과 고속주행 안정감, 재빠른 핸들링을 동시에 얻었다.



독일 3사의 대항마 자격 충분


새롭게 내놓는 모델이어선지 아직 몇 가지 부족한 것들이 보였다. 시승차의 아이들링 진동은 경쟁모델보다 조금 높았으며 주행 중 소음 역시 2dB 높게 측정됐다.

스탑앤고 시스템이 작동해 시동이 꺼졌다가 다시 걸릴 때 차체로 작은 충격이 전해지는 것도 아쉬웠다. 이 순간 오르막길에서는 뒤로 살짝 밀린다. 급가속을 할 때 기어 단수가 올라가면서 가볍게 느껴지는 변속 충격은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미세한 잡소리도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행질감과 신선함 등 비교 우위에 있는 장점들도 많아서 독일 3사의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과 멋진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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