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들이 국적 버리고 군대 안 간 고위직은 공직 떠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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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국적 상실 또는 국적 이탈을 통해 병역을 기피한 사실이 국감장에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제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공직자 직계비속의 면제 현황’에서 확인된 병역기피 실상을 거론하며 “고위 공직자 어떤 분은 장남, 차남, 삼남 다 면제를 받았는데 누군지 아느냐”고 박창명 병무청장을 추궁했다. 아들이 국적 포기로 병역 면제를 받은 고위 공직자 명단에는 신원섭 산림청장과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들어 있다.

국적 상실은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국적 이탈은 복수 국적자가 18세 이전에 외국 국적을 선택한 경우를 말한다. 백 의원은 “국방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국적을 버리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2002년 미국 시민권을 받아 고의로 병역을 회피했다가 지금껏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는 가수 유승준을 언급했다. 분단국가에서 고위 공직자 아들들의 병역기피는 유승준의 행위 못지않게 공분을 일으킨다.

8월 북의 지뢰 도발로 심각한 남북 대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전우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겠다며 전역을 연기한 장병이 87명이나 됐다. 2030 ‘신(新)애국 세대’는 투철한 안보관을 보여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징병제를 하지 않는 영국에서도 찰스 왕세자의 차남 해리 왕손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왕가부터 솔선수범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를 실천하기 때문에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적까지 포기해 병역을 기피한 아들을 두고 있으면서 세금으로 봉급 받는 공직자는 국가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헌신 뒤에서 국가 안보에 무임승차한 고위 공직자들은 그 자리에 머무를 자격이 없다. 원정 출산을 통해 이중국적을 얻고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로까지 이어졌다면 질이 더 나쁘다. 부모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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