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동국-박세리-서장훈…TV로 뛰어든 ‘스포테이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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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북현대모터스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FC서울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자 이를 중계하던 해설진이 “한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고 극찬했다. 이동국은 이 골로 전북 팀의 3:0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현역 축구 선수로서의 활약이 대단한 이동국은 현재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겹 쌍둥이, 대박이 아빠’로도 출연 중이다.

미국 LPGA에서 활약 중인 골프 선수인 박세리는 3일부터 딸과 아빠의 일상을 그린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고 있다. 박세리는 가스레인지 청소와 설거지 실력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현역 선수이면서 TV 예능에도 출연하는 ‘투잡형 스포테이너(스포츠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2010년대 들어 관찰 예능이 대세를 이루면서 빈번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생활공간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예능 프로를 위한 특별한 입담이나 재치 등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김영도 CP는 “시간적 부담이 적어 현역 선수도 시즌 중에 일정만 잘 조절하면 얼마든지 고정 출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SBS ‘아빠를 부탁해’의 황인영 PD는 “집중력을 가지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익숙한 스포츠 스타는 관찰카메라 앞에서도 별 다른 문제없이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현역 은퇴 후 방송 활동에 다걸기하는 전업형 스포테이너도 늘고 있다. MBC ‘아빠 어디가’, KBS2 ‘우리 동네 예체능’ 등을 통해 인기를 끈 안정환(축구)은 현재 축구 예능 KBS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을 이끌고 있다. 곧 추석 파일럿으로 방영될 예정인 패션 스타일 프로그램인 KBS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정형돈과 공동 MC를 맡는다.

MBC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 후보 물망에 올랐던 서장훈(농구)은 SBS ‘동상이몽’ 등 예능프로에서 소신 넘치는 입담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전업형 스포테이너의 1세대는 씨름선수 출신의 MC 강호동이다. 천하장사 출신인 그는 은퇴 후 1993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행님아’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끌긴 했으나 진행자로 성공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강호동이 데뷔한 1990년대는 콩트 코미디와 버라이어티쇼의 시대”라며 “입담뿐 아니라 슬랩스틱 등 개그도 필요해 은퇴 후 상당한 ‘수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MBC ‘무한도전’ 등 주어진 상황 속에서 역할을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예능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스포츠 스타의 방송 출연이 쉬워졌다. 현역 선수들이 비 시즌을 활용에 예능에 출연하는 ‘나들이형’ 스포테이너의 사례도 늘어난 것. 특히 박지성(축구) 김연아(피겨스케이팅) 류현진과 추신수(야구) 등 빅 스타들은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어 방송사의 캐스팅 표적이 되기도 했다.

참신하고 순수한 이미지, 다져진 순발력, 대중의 관심, 뛰어난 체력 등 장점이 많아 스포츠 스타에 대한 섭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전망이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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