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친 전세금’ 대책도, 투기꾼 단속도 속수무책인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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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전세금이 64주 연속 올라 성북구에 전세금이 매매가를 추월한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1000만 원 주고 아파트 샀다. 다음에는 무(無)피투자(피 같은 돈 안 들이고 집을 산다는 뜻의 은어) 도전” 같은 글이 도배를 하고 있다. 부동산업자와 짜고 매매가 3억 원, 전세금 2억4000만 원인 아파트의 전세금을 2억9000만 원으로 올려 전세 끼고 1000만 원으로 사들이는 식이다. 결국 전세금 인상의 피해는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11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전세금을 올리는 세력 때문에 전세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기 세력이 집을 사들인 뒤 전세금을 매매가에 가깝도록 대폭 올려 다시 시장에 내놓는 바람에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는데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느냐는 질책이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과도한 전세금 인상이나 ‘무피투자’ 등 시장을 교란하는 움직임을 감시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미친 전세금’에 ‘전세 난민’이 늘어나 서민들은 등골이 휠 정도지만 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이다. 홀몸노인 대학생 등 저소득 1인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기존의 행복주택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국토부가 2일 내놓은 주거안정 방안도 특정 계층에 국한되고 물량도 적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그렇다고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가격 규제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시장을 왜곡해 시간이 지나면 전세금을 폭등하게 만들 수 있다.

투기 세력이 부동산업자들과 손잡고 전세금을 폭등시키는 것은 민생침해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전세금 급등을 투기 세력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 되지만 부동산 투기나 전세금 조작 같은 사안은 조기에 불을 끄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투기 세력이 끌어올린 아파트 전세금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집값이 전세금에 못 미치는 ‘깡통전세’의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국토부가 국세청, 지자체와 공조체제를 갖춰 전세금을 올려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전세금#서민#1인가구#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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