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어른·악플러’ 구제불능 형제,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17시 14분


코멘트
오래 전 비듬샴푸 광고를 찍은 것 외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배우 지망생 에이든. 생활비와 용돈은 아내 사라(케이트 허드슨)가 직장을 다니며 받는 월급으로, 딸 그레이스(조이 킹)과 아들 터커(피어스 가뇽)의 학비는 아버지가 대주는 돈으로 해결하는 무능력한 가장이다. 어느 날 아이들의 학비가 밀렸다는 사실을 안 에이든은 아버지 게이브(맨디 파틴킨)를 찾아갔다가 암 치료 중이던 아버지가 결국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더 이상 아버지에게 학비를 받을 수 없게 된 에이든과 사라는 아이들을 홈스쿨링 하기로 결정한다.

10일 개봉한 ‘위시 아이 워즈 히어’(15세 이상)는 몸만 큰 어린애 같은 가장 에이든의 성장담이다. SF 영화와 드라마 광이었던 그는 여전히 영화 속 히어로를 꿈꾸는 철없는 ‘애어른’이다. 그나마 자식과 아내라도 있는 그와 달리, 동생 노아(조시 게드)는 한때 천재로 불리던 과거를 뒤로 한 채 트레일러에 살며 악플을 다는 것을 낙으로 삼는 구제불능으로 그려진다.

대책 없는 형제의 성장에 촉진제 주사를 놓는 것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아버지의 죽음이다. 유대교 집안의 엄격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아들에게 쓴 소리를 할 정도. 그런 아버지를 감당하며, 죽음이 목전인 아버지를 만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는 동생을 설득하고, 직장생활로 지친 아내를 달래고, 또 아이들까지 챙기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화는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기 보단 에이든이 마치 즉흥연기를 하듯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갑자기 캠핑을 떠나 시를 낭송하고, 학교를 관두게 되자 머리를 삭발해버린 딸을 위해 ‘핫 핑크’색 가발을 마련하는 식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은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

다소 산만해 보이는 영화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 각자의 모습을 담는 순간에 힘을 갖는다. 할아버지에게 보안경을 선물하며 “천국에서 눈이 부실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손녀나, 평생 반목하던 아들을 죽기 직전 만나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 흘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힘든 일도 함께 겪어내고, 서로를 위해 나서는 것이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들 사이의 돋보이는 연기 호흡으로 담아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