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투자결정, 일단 미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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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자자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 종목을 찾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 투자자는 여러 가지 국내외 경제지표를 분석한 결과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주식 시장의 활황이 예상돼 다양한 형태의 인덱스펀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때 투자자는 소규모 기업군으로 이뤄진 인덱스펀드의 성과가 높을 것이라고 ‘이성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이 펀드에 대한 만족, 희망, 낙관 등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재평가 과정에서 개발도상국 인덱스펀드의 강세가 예상돼 고민 중이다. 개도국 인덱스펀드에 대한 감정도 소규모 기업군 인덱스펀드와 비슷하지만 후자에 대한 호의적 감정이 약간 희석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이 투자자는 수집한 정보를 재분석하고 대안들을 다시 한 번 평가해 최종적으로 소규모 기업군 펀드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위험 대비 높은 예상 수익률뿐 아니라 다른 대안 대비 우호적, 긍정적 ‘감정’ 측면에서 소규모 기업군 펀드가 더 낫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처럼 투자와 관련된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을 감정과의 상호작용이라는 틀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투자의사결정 모형’이라고 한다. 소위 ‘폰지 사기(Ponzi Scheme)’의 대명사로 불리는 버나드 메이도프는 투자의사결정 모형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고수익을 좇는 수많은 투자자에게 천문학적 손실을 입힌 후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메이도프는 감정이 이성을 철저히 유린하도록 투자의사결정 모형을 적절히 조작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컴퓨터로 조작된 고수익 거래 명세와 계좌 잔액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신망을 얻었다. 투자자들은 시각적 운용 성과에 쉽게 매료돼 자신들도 부자들의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자연스럽게 폰지 사기의 본질을 직시할 능력과 의지를 상실하고 값진 노동의 대가를 사기꾼들의 호사에 탕진하고 말았다.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감정의 악용 사례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사결정 과정에 감정의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이성과의 협업을 통해 감정의 부정적 기능을 억제 또는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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