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10·10’ 도발 자제하고 이산상봉 정례화에 응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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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적십자 대표들이 무박 24시간의 협상 끝에 10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 총 200명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기로 어제 합의했다. 우리 측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보다 상봉 시기를 앞당기고,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과 정례화 등 ‘근본적 해결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으나 북측이 반대하는 바람에 협상이 길어졌다. 이산가족 생존자 6만5907명의 한을 풀어 주는 것이 우리에게는 천륜이고 인도적인 문제지만 북에서는 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정치적 문제로 보는 까닭이다.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도 전산화가 돼 있는 우리와 달리 북에서는 내부 사정이 그대로 노출되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8·25 남북 합의’에 따라 열린 첫 적십자 실무 접촉에서 마라톤협상 끝에 이 정도 성과를 낸 것도 ‘대화 국면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북측 의사가 반영됐다고 본다. 우리가 요청한 국군포로와 납북피해자 50명의 생사 확인을 북한이 성실하게 수행해 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한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면 작년 2월 170명의 남북 가족들이 만난 이후 1년 8개월 만이 된다. 2000년 첫 상봉 행사 이후 북측의 ‘선심’에 따라 19차례에 걸쳐 만난 가족이 1만2000여 명에 불과하다. 1세대 실향민으로 정부에 상봉을 신청한 12만 명의 10%에 불과하고, 그중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남북 합해서 불과 200명의 이산가족이 만나는 1회용 행사를 넘어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등 ‘근본적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가까운 시기에 남북 적십자회담을 열어 논의하기로 한 만큼 북측은 이 문제를 금강산관광 재개 등과 연계해 ‘풍성한 결실’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남북 현안을 폭넓게 다루는 당국자 회담을 갖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일을 전후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한다면 20일로 잡힌 이산가족 상봉의 판이 깨질 우려가 없지 않다. 북은 1차 핵실험을 2006년 10월 9일 실시했다. 북한은 실무 접촉이 시작된 그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또다시 원인 모를 사건이 터지거나 그로 인해 무장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의 책임을 엄중히 따지게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북한이 ‘긴장을 초래하는 어떤 행위’도 자제하고 이산가족 상봉에 성의를 보여야 남북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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