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무슨 심판을” 비난 나오던 美 스포츠계, 女風 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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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나라처럼 미국도 스포츠 판은 남성 위주다. 프로 스포츠의 남여 연봉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상금 차이는 엄청나다. 유일하게 남여 상금이 똑같은 대회는 테니스 메이저대회다.

7일(한국시간) 강정호가 대수비로 출장해 한 타석에서 무안타를 기록한 피츠버그-세인트루이스전은 ESPN의 전국중계 ‘선데이 나잇 베이스볼’로 편성됐다. 피츠버그가 7-1로 승리해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지난주부터 선데이 나잇 베이스볼은 해설자 2명 가운데 한 명을 여성으로 바꿨다.

여성 최초로 메이저리그의 전국 중계해설을 맡은 주인공은 스탠포드대 소프트볼 출신으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를 지낸 제시카 멘도사(34)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역대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는 다른 종목에 비해서 그동안 필드와 방송에서 금녀의 벽이 두터웠다.

2015년 미국 스포츠계는 여성들에게 활짝은 아니더라도 문호를 개방하는 진일보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인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7월 서머리그 감독으로 여성을 임명했다. 2014~2015시즌부터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 밑에서 풀타임 코치로 있는 베키 하먼(38)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 NBA에서는 최초다. 콜로라도 주립대를 졸업한 하먼은 포인트 가드 출신이다. 새크라멘토 킹스도 지난달 여자 농구 베테랑 지도자인 낸시 리버만을 코치로 영입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브루스 애리안스 감독도 7월 서머 프리시즌 게임에 젠 웰터(37) 여성 코치를 투입했다. 프리시즌의 인턴격 코치였지만 NFL 사상 처음이다. 풋볼은 그동안 남성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웰터는 보스턴 칼리지 재학 시절 럭비 선수였다. 최근에는 남성들과 함께 인도어 프로 풋볼에서 활동했다. 미국 언론은 웰터가 NFL 사상 최초로 여성 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NFL은 11일 개막하는 2015시즌부터 최초로 여성심판을 기용한다. 42세의 3자녀를 둔 새라 토마스다. 그녀는 여성으로는 처음 대학풋볼 메이저 컨퍼런스인 빅10의 심판을 역임한 개척자다. 프로 종목에서는 NBA가 가장 먼저 여성 심판을 기용했다. 현재 2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심판인 바이렛 파머가 12년 전 NBA 코트를 누빌 때 찰스 바클리는 “여자가 남성들의 스포츠에서 무슨 심판을 하느냐”고 비난한 뒤 훗날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며 공개사과를 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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