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투박하지만 진솔한, 옛집같은 건축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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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집/목심회 지음/1권 530쪽, 2권 552쪽·각 3만 원·도서출판 집

목심회(木心會)는 나무로 만든 국내 옛 건축물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문화재 실측설계 기술자, 보수 기술자, 현대건축 설계 전문가, 시공 전문가, 대학교수, 공무원 등 19명이 모여 1992년 1월 충남 청양군 장곡사에서 첫 현장답사를 시작했다. 2002년 연말 모임에서 이들은 “우리 목조건축 답사를 통해 얻은 도면과 자료를 정리해 5년 뒤 책으로 내자”고 결의했다.

70여 회의 답사를 꾸준히 이어갔지만 각자 생업을 가진 터라 집필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책 제목을 정한 지 13년이 지난 뒤 나라 곳곳의 옛 나무집 172채를 답사한 결과를 모은 것이 이 책이다. 강원 경기 서울 전라 제주 충청 지역을 한 권으로, 경상도 지역을 다시 한 권으로 묶었다.

짜임은 묵직하지만 내용에 허세가 없다. 건축업 밖의 독자들이 낯설어 할 고루한 설명이나 허튼 감상을 자제한 흔적이 역력하다. 깔끔한 배치평면도, 소재지와 연혁 메모, 공간의 표정을 드러내는 간략한 스케치를 앞에 두고 안팎 사진과 단출한 글을 뒤이어 실었다. 집의 내력과 구성을 가급적 소상히 전하되 감히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욕심은 버렸다.

겉치레와 허위를 매끈히 잘라내다 보니 읽어 넘기는 맛은 반찬 없이 맨밥에 오이지만 씹는 듯 심심하다. 필자가 여럿이라 글과 사진의 밀도가 들쑥날쑥하는 걸 피하기 어려웠겠으나 아무래도 안타깝다. 하지만 공간의 흐름을 읽지 못한 사진, 경박한 감상만 나열한 글, 여기저기서 염치없이 베낀 정보를 날림으로 짜깁기한 대개의 요즘 ‘건축 책’과는 분명 결이 다른 책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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