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감옥’… 설정시간중엔 안열려, 교사 인증땐 ‘가석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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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휴대전화 중독 막자” 여고생 아이디어로 탄생한 ‘똑똑한 보관함’
“교실서 폰 사용 말고 넣어두자”… ‘스마트폰 감옥’ 고교 첫 설치

‘스마트폰 안전금고’ 특허권을 가진 수원하이텍고 2학년 박희라 양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금고에 넣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스마트폰 안전금고’ 특허권을 가진 수원하이텍고 2학년 박희라 양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금고에 넣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 고등학교 교실에 ‘스마트폰 감옥’이 등장했다.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청명북로 수원하이텍고에는 스마트폰을 넣고 잠글 수 있는 스마트폰 안전 금고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치됐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넣고 문을 잠그면 교사의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학생 마음대로 스마트폰을 꺼낼 수 없다. 스마트폰 감옥이 학생들의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을 막을 첨병이 될 수 있을까. 》

스마트폰을 넣고 충전 줄을 연결하자 보관함 위쪽에 녹색 불이 켜졌다. 문을 닫고 전자카드를 갖다 대자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철제 보관함 속에 스마트폰이 안전하게 보관됐다는 뜻이다. 이 보관함은 일명 ‘스마트폰 감옥’. 스마트폰을 꺼내기 위해 다시 전자카드를 갖다 댔지만 ‘지정된 시간이 지나야 열 수 있습니다’란 문구가 뜰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에는 진정한 ‘감옥’이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감옥이 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청명북로 수원하이텍고에 설치됐다. 스마트폰 감옥의 원래 이름은 ‘스마트폰 안전금고’. 교실 뒤 사물함처럼 설치해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한 대씩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에는 각종 전자제어 기능이 설치돼 정해진 시간이 되기 전엔 마음대로 문을 열 수 없다. 그 전에 스마트폰을 찾고 싶다면 관리자인 교사의 인증이 있어야 한다. 교사 허락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교사는 스마트폰 보관 상황을 단말기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학생이 꼼수를 쓰기도 쉽지 않다.

보관 중인 스마트폰은 잠자기 모드로 바뀌어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다. 유괴를 가장한 피싱(Phishing) 등에 대비해 전화가 오면 ‘안전금고에 보관 중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스마트폰 감옥은 이 학교 2학년인 박희라, 이정원 양이 아이디어를 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했다. 두 학생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발명대회에서 이 아이디어로 대상을 받았다. 박 양과 이양은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권도 보유하고 있다.

설치비는 교실 하나당 200만 원 수준이다. 최현석 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많은 학교가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수집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분실 및 파손 등을 겪고 있어 매년 1000만∼2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한다”며 “스마트폰 감옥을 설치하는 게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용 정보를 분석하면 스마트폰 사용량과 학업 성취도의 연관성 같은 생활지도 기초 자료로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고교생의 스마트폰 사용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안전금고는 교육현장에서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2013년 6월과 7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폰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1410개 초중고교 재학생 628만2775명 가운데 초등학생의 49%, 중학생의 85%, 고등학생의 84%가 각각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과 고교생의 보유 비율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학생들은 중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부는 스마트폰 감옥을 수원하이텍고에서 1년 정도 시범 운영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한 뒤 각급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KT가 스마트폰 감옥 설치 및 서비스 구현을 하게 된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김희균 기자
#스마트폰#가석방#교사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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