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학생이 대낮 교실에서 저지른 ‘부탄가스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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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학교 교실에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초유의 ‘부탄 테러’가 발생했다. 1일 오후 1시 50분경 서울 양천구 A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작년 2월까지 이 학교를 다니던 이모 군(15)이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다행히 학생들이 교실에 없는 체육시간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교실 창문이 산산조각 나고 벽까지 부서졌다. 이 군은 “조승희(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범인)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도서관 통로를 모두 잠그고 아이들이 뛰쳐나오면 흉기로 찌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망상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뻔했다.

A학교는 폭발로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오작동이라고 생각해 수업을 계속했고 학생들을 대피시키지도 않았다. 이 군은 지난해 3월 전학 간 서초구 B중학교에서 범행을 하려다 폐쇄회로(CC)TV와 경비가 허술한 A학교로 장소를 바꿨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학교의 안전시스템과 교사들의 안전의식이 개선되지 않았다니 기막힌 일이다.

이 군은 정서장애가 있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고, 6월에는 B학교 화장실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려다 실패한 일도 있다. 학교 측은 당시 강력 범죄인 방화에 해당하는 학생의 행동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학교전담경찰관도 알지 못했다. ‘교육적 이유’에서였다는 주장이지만 학부모들은 앞으로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학교 테러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꿈과 끼’를 기른다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 목표와 입시 위주의 학교 현장의 틈새에서 아이들의 정서는 황폐해지고 인터넷 유해 환경은 늘어만 간다. 청소년에 대한 관찰과 인성검사를 강화해 사회 부적응을 조기에 발견한 후 치료해야 한다.
#부탄가스#인성검사#사회 부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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