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뽕나무 한 그루는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심심합니다. 하지만 곧 봉황 두 마리가 노래를 부르며 같이 놀자고 찾아오네요. 그 노랫소리에 흥이 난 바윗돌 세 개는 들썩들썩 춤을 춥니다. 연이어 뛰노는 네 마리 사슴, 모란꽃 다섯 송이 등 민화 속 캐릭터나 사물들이 숫자에 맞춰 등장합니다.
그간 유아들이 1, 2, 3이나 하나 둘 셋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책은 워낙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전통 민화의 채색 방식으로 그려내고 민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책은 없었어요.
유문조 작가는 오랜 세월 그림책을 기획하고, 그림책 글을 쓰기도 했으며 번역도 했습니다.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도 많지요. 그동안 이렇게 우리 그림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에 대해 고민해온 듯합니다.
그림 속 나뭇잎 하나하나, 꽃잎 한 장 한 장에 정성이 가득합니다. 민화의 채색 방식도 그림책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요. 원화로 볼 수 있는 색채 그대로를 인쇄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선명한 민화적 색채를 잘 살렸습니다.
이 책의 글은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절로 흥이 날 만큼 입에 짝짝 붙습니다. ‘뽕나무가 뽕 하니 대나무가 대끼놈 하더라’라고 하는 전통 말놀이에서 출발한 이야기인 만큼 책 전반에 걸쳐 운율을 잘 맞춰놓았어요.
어른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글자 크기와 모양으로 움직임을 만들거나 재미있는 요소를 넣은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니 하나에서 열까지 숫자 세기용 책으로만 한정지어 보기에는 아까운 책이에요. 민요 한 자락 뽑듯 아이들과 둘러앉아 다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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