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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지금의 나’로 성장시킨 그 시절 별의별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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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지금의 나’로 성장시킨 그 시절 별의별 사건들

김지영기자 입력 2015-08-22 03:00수정 2015-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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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나를 키운 것들/김종광 지음/288쪽·1만1000원/문학과지성사
“선생님, 지가 잘못했슈. 지가 잘못 봤구먼유. 덕순이는 맞혔슈.” 개소주는 잠시 멍 때렸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는 듯이 “이 나쁜 놈,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워!” 고함지르고는 판돈을 사정없이 때렸다. (…) 덕순이 서럽게 울먹였다. “머저리! 잘못 봤으면 가만있지, 왜 나서서 뒈지게 맞았어. 나는 다섯 대밖에 안 맞았는데 니는 겁나게 맞았잖아.”

과연 ‘입담 작가’다. 김종광 씨(44)의 소설 ‘별의별’에선 1970, 80년대 충남 보령군의 시골 마을 얘기가 구성진 충청도 사투리로 펼쳐진다.

1971년생, 보령 출신인 그의 자전적 체험이 바탕이 됐다. 작가 자신 “나를 성장시킨 산천과 어른들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별의별 사람과 사건이 나를 키웠다”고 밝힌 터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개성적이다. 시골마을 범골의 미련스럽게 순진한 판돈이, 사내 녀석들보다도 힘센 덕순이, 뱀이며 산토끼며 못 잡는 게 없는 육손이 등 작가와 동갑내기인 1971년생 아이들이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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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판돈이는 선녀 같은 미해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막상 미해가 사귀자고 덤비자 도망가서 무덤가에 숨어버린다. 환기는 동네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농사일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싸움을 할 틈이 없다. 아들 덕남이가 학교 씨름부에서 선배들에게 맞은 뒤 학교로 찾아간 아버지 ‘이장사’는 선생 앞에서 돌비석을 뽑아 운동장에 던져버린다.

술술 읽히는 유쾌한 얘기지만 현대사의 질곡도 섞여 있다. ‘포에이취 아저씨’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다가 삼청교육대에 다녀온 뒤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고, ‘우유’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목장을 차렸다가 소 값 파동으로 아버지 재산까지 몽땅 날려버렸다.

유머 넘치는 에피소드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이렇게 굴곡진 시대를 살아오면서 생명력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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