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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책만 읽어선 안돼” 반대코너 만든 日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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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책만 읽어선 안돼” 반대코너 만든 日서점

장원재 기자 입력 2015-07-23 03:00수정 2015-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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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 항의전화에도 “계속 유지”
일본 대형 서점에 처음으로 ‘반혐한’ 상설 코너를 만든 후 쿠시마 아키라 준쿠도서점 난바점장. 아사히신문제공
‘반일 한국 위험천만한 정체’ ‘거짓말쟁이 한국의 정체’ ‘그런 모국(한국)이어서 부끄러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서점가에서는 혐한(嫌韓)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의 혐한 서적이 쏟아졌고 서점들은 이런 책들을 따로 모아 진열하는 특별 코너까지 마련했다. 오랜 경기 침체와 동일본 대지진, 중국의 위협 등으로 자신감을 잃은 일부 우파들의 화풀이 상대로 한국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맞선 서점이 있다. 오사카(大阪) 시 나니와(浪速) 구에 있는 준쿠도서점 난바점은 최근 보란 듯이 ‘반(反)혐한 서적 상설 코너’를 개설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대형서점으로선 처음이다. 이 서점의 면적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40%가량 된다.

후쿠시마 아키라(福嶋聰·56) 점장은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는 혐한 출판사나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이들에 반대하는 출판사들도 있고 책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후쿠시마 점장은 “지난해의 경우만 해도 근린국과의 관계를 다룬 책의 80∼90%가 한국이나 중국에 악의를 갖고 썼거나 일방적으로 일본이 멋진 나라라고 주장하는 책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만 나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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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난해 11월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출판인들이 ‘증오 연설과 배외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인 모임’을 만들었고 ‘헤이트 책(일본에서 혐한, 혐중 서적을 일컫는 표현)’에 반대하는 ‘NO(노) 헤이트’라는 서적도 발간했다. 후쿠시마 점장은 이 책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했다. 이후 비슷한 책이 나올 때마다 슬그머니 옆에 가져다 놓은 것이 어느새 12권이 됐다.

일본 우익들로부터 “일본인 맞느냐” “왜 한국 편을 드느냐”는 항의도 받았지만 응원하는 이들도 생겼다고 한다. 후쿠시마 점장은 “이웃나라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서 “혐한, 혐중 서적 바로 옆에 상설 코너를 만든 것은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혐한, 혐중 서적 수가 더 많고 더 잘 팔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점장은 “헤이트 책 코너에 왔다가 옆에 있는 반헤이트 책을 들고 계산대로 오는 이들도 있다”며 “단기간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각하면서 코너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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