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영화 속 영웅들 소재기술로 현실화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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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M 10대 히어로 제조업 혁신 3.0 이끈다
글로벌 시장 사활 건 최후 전쟁… 소재산업에서 승부

최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2’에는 영웅들의 필살무기가 대거 등장한다. 새로운 에너지 물질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아이언맨’슈트와 캡틴 아메리카의 특수소재 방패 등이다.

무기의 소재가 금속일 수도, 섬유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물질일 수도 있다. 이런 신소재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시간, 전문인력들이 필요하지만 성공만 하면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해 버린다.

지금 세계는 이런 첨단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소리없는 전쟁 중이다. 그 선봉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세계일류소재 (WPM: World Premier Materials)’ 기술개발 사업이 우뚝 서 있다.

WPM 고성능 이차전지 소재사업단
아이언맨 스타일의 초강력 에너지 고성능 양·음극재 개발이 관건

아이언맨의 파워풀한 공격과 액션, 대기권 밖까지 오가는 비행능력은 핵융합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저장하는 고성능 이차전지 기술이 있어야 구현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 배터리 즉, 고성능이차전지 제조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지만 그 성능을 좌우하는 양·음극재의 국산화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핵심소재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그나마 국산소재개발도 최근에는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SDI를 필두로 국내최고의 기술진과 설비전문가들이 ‘WPM 고성능 이차전지 소재사업단’에 모였다. 총11개의 중견·중소기업 등 28개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고성능의 다양한 양·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 이차전지 시장은 2014년 약22조원에서 오는 2020년 58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WPM 나노카본 복합소재 사업단
아이언맨 슈트제작? 우리가 해낸다 가볍고 강한 만능 다기능성 소재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입자를 활용해 만든 ‘나노카본 복합소재’는 자동차는 물론 아이언맨 수트 제작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기존 복합소재보다 탄성이 높고 더 가볍지만 2배 이상 강하고 전자기파 차단 기능이 있어 전자제품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LG화학이 총괄주관을 맡고 있는 “WPM나노카본 복합소재 사업단”은 에너지 절감/변환용 다기능성 나노복합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12개의 중소기업을 포함 무려 29개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공동 참여 중이다.

나노카본 복합소재의 2019년 잠재 시장규모는 국내 3조 7천억원, 국외 12조 1천억원 등 총 15조 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PM 초고순도 SiC 소재사업단
순도 100%의 탄화규소 소재에 도전하는 세계최고 기술진

어떠한 공격에도 ‘흠집’ 하나 없는 무적의 방패를 만들려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방탄소재가 필요하다. 이에 가장 근접한 소재는 바로 SiC(탄화규소)다.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Si(실리콘)보다 열전도율이 세 배 이상 높고, 높은 전압에서 견딜 수 있는 능력 또한 10배나 크기 때문이다. 강도는 금강석 만큼 강하고 농도 짙은 산성 용액이나 높은 전압에도 끄떡없다.초고순도 SiC(순도 99.9999% 이상)는 반도체 등 기존제품의 단점을 해소하고, 기초 원료 소재인 만큼 전기자동차, LED(발광다이오드) 등 거의 모든 전기·전자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LG이노텍이 이끄는 ‘WPM 초고순도 SiC 소재사업단’에 15개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최고의 기술진들이 모여 첨단 소재를 개발 중이다. SiC 분말과 소결체 부문에서 세계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SiC 단결정과 SiC 에피웨이퍼기술은 선두인 미국에 비해 약 80% 수준에 그쳐 이를 따라잡기 위한 기술경쟁이 한창이다.

WPM 프리미엄케톤 소재사업단
강철보다 강한 섬유, 친환경기술로 세계 최초 폴리케톤 개발 신화

일산화탄소로 첨단 소재를 만든다? 황당하지만 사실이다. 바로 우리나라가 독자기술로 개발해낸 세계 최초의 신소재 ‘프리미엄 케톤 소재’다. 일산화탄소와 원유에서 뽑아낸 올레핀이 주원료인데 충격에 강하며 뛰어난 내마모성과 가스 차단효과 등 첨단 기능이 탁월해 초고강도 슈퍼섬유 용도에서 자동차와 전기, 전자분야의 내외장재는 물론 차량용 연료 탱크 등 고부가가치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용도에 이르기까지 산업전반에 걸쳐 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현재 효성을 필두로 한 27개의 기업과 연구소 등이 ‘WPM 프리미엄 케톤 소재사업단’에서 협업하며 세계최고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세계유일의 ‘탄소저감형 프리미엄 케톤소재’ 개발에 성공한 효성은 연간 5만톤 규모의 첨단 ‘폴리 케톤’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공장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어 66조원 규모(2015년기준)의 세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장은 향후 5년 내에 82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WPM 지능형멤브레인 사업단
첨단 비행체 동력원의 핵심기술, 수소이온은 친환경 미래에너지원

연소과정 없이 수소에서 직접 전기생산이 가능한 수소에너지가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있다. 핵심기술은 바로 수소 이온만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초미세 막 ‘멤브레인’이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주도하고 있는 ‘WPM 지능형멤브레인 사업단’에는 국내 최고의 전문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21개 기관이 훨씬 강화된 최첨단 고분자 멤브레인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펼치고 있다. WPM사업 출범 이후 5년, 그동안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멤브레인 소재의 국내생산이 조만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첨단 멤브레인기술이 상용화되어 적용분야가 늘어나면 오는 2020년, 1조 8천억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WPM 초경량마그네슘 소재사업단
세계 명차들의 러브콜 받는 초경량 마그네슘 판재 세계적인 기술력 인증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제조사들이 기존 철강 제품 무게의 25%밖에 안되는 ‘초경량 자동차용 마그네슘 판재’를 신차모델에 잇따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소재를 사용하면 차량 무게가 훨씬 경감되어 연비향상뿐만 아니라, 차량의 효율적인 중량 배분이 가능하여, 운전성능도 크게 향상된다.

포스코를 필두로 한 ‘WPM 초경량마그네슘 소재사업단’에는 22개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마그네슘 경량화를 위해 연구 중인데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을만큼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마그네슘소재를 생산하는 미국이나 일본산보다 품질 면에서 더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세계 자동차 마그네슘 내외판 시장의 30%를 점유해 나갈 기세다.

WPM 스마트강판 소재사업단
더 얇게 더 강하게 스마트한 진공도금 기술이 핵심

자동차, 가전제품, 건축 등에 쓰이는 강판은 표면에 부식을 방지하는 금속을 얇게 입히는 도금기술에 따라 그 두께와 무게, 단가, 수명이 달라진다. 전통적인 도금방식은 두꺼우며 무겁고 녹도 빨리 슨다. 강판 표면 도금을 더 얇고 가볍게하여 비용과 무게를 줄이는 스마트한 진공도금 방법을 개발하기위해 5개의 중소·중견기업과 연구소·대학 등 15개의 전문기관들이 한데 모인 곳이 바로 포스코가 주관하는 ‘WPM 스마트강판 소재사업단’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진공상태에서 금속을 가열해 증기로 만든 후 이 금속증기를 차가운 강판 표면에 분사하여 얇은 막을 형성하게 하는 ‘진공증착’ 방식이다. 현재 세계 최초의 ‘광폭 PVD 파이럿트 플랜트’를 설치해 분당 300m의 강판을 도금 처리할 수 있는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오는 2020년 스마트 표면처리 강판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INTERVIEW ▼
산업통상자원부 김용래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신소재는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기반

‘완제품의 경쟁력은 곧 소재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제품의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재 산업은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 생산의 18.1%와 고용의 13.6%, 수출 비중도 15.4%에 달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핵심소재에 대한 대외 수입 의존도가 확대되고 있고 중국의 부상도 경계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의 핵심소재 기술력은 선진국과 비교해 70% 수준으로, 4∼7년 정도 뒤처져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까지 약 1조원 규모(민간부담금 포함)의 연구비를 투자하여, 전세계 핵심소재 시장의 30% 이상을 지배할 수 있는 첨단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바로 이번 정부 혁신개혁 과제인 제조업 혁신 3.0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WPM사업이다. 동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산업부 김용래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은 “소재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류소재 개발을 통해 선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김 정책관은 “미래 시장트랜드 분석을 통해 고기술·고부가 제품을 적극 육성하고, 세계적인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소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PM 사업에 대한 지원과 성과 관리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를 통해 세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WPM 사업에 거는 기대에 대해 김 정책관은 “지난 2010년 시작한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그동안 9개의 중소·중견기업이 탄생했고, 한국 기업이 만든 첨단소재가 세계 최고급 스포츠카에 적용되고 있으며 전기차용 이차전지 핵심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재 산업의 특성상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지원뿐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의 협력시스템이 갖춰지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인프라를 우리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영 전문기자 kdy1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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