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됨’ 페이스북 통해 원불교 교화 활동 사연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8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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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치킨 먹어도 됨.’ (원치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원불교의 사이버 교화에 힘쓰는 페이지 이름이다. 이름도 도발적인데, 페이스북 커버 사진은 원불교 상징인 둥그런 일원상과 닭다리가 결합된 이미지다. 이 페이지는 일명 ‘원치됨’으로 불리며 하루 방문자 3만5000명이 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치됨의 인기 비결은 인터넷식 유머다. 게시글 ‘원불교? 눈물 좀 닦고’에선 오열하는 사진을 올린 뒤 원불교 신자가 13만 명으로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신(神)으로 믿는 신자 10만 명과 비슷하다고 적었다. ‘원불교 누구한테 기도함?’에선 예수님과 부처님은 자신에게 온 기도 건수가 수억 개에 달한다고 힘들어하는 반면 원불교 대종사는 ‘우리 애들은 저한테 기도 안 한다’며 하소연한는 내용도 있다.

유머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원불교 소개다. 다른 종교와 비교할 때 신자 수는 적지만 구호단체에서 활동하는 신자 비율은 높다거나, 기도는 대종사가 아닌 천지, 동포, 부모를 위해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원치됨의 운영자는 카이스트(KAIST) 대학원 박사과정 조창순 씨(27). 그는 동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원불교를 믿는다고 하면 주위에서 ‘불교 짝퉁 아니냐’ ‘거긴 고기 먹느냐’ 등의 질문에 시달렸다”며 “인터넷을 통해 원불교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2013년 4월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에게 원불교 언어인 ‘인과보응의 이치와 불생불멸의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 일원상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는 일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불교의 역사, 사상, 복장 등에 관한 상식을 젊은 세대가 즐겨 쓰는 인터넷 코드에 녹이자 효과가 컸다. 종교가 없거나 타종교 신자들이 원불교가 궁금해서 찾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페이지 이름에 치킨을 넣은 것도 친숙하게 다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불법(佛法)을 누구나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게 원불교”라며 “치킨만큼 일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없어서 고기 대신 썼다”고 했다. 이 페이지가 인기를 모으자 주변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어보라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그는 “100년 밖에 안 된 종교답게 원불교는 현대적이고 합리적이고, 사회적 물의를 한 번도 일으킨 적이 없을 만큼 깨끗하다”며 “일원상이 예수님, 부처님 같은 개인이 아닌 그분들이 깨친 공통의 진리를 상징하듯, ‘원치됨’은 여러 종교인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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