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로 돈줄 막힌 北, 홍콩자본 손잡고 돈벌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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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노동당 39호실 주도 KKG 세워”

평양서 택시사업-부동산 개발
앙골라 유전 등 阿사업에 투자
홍콩기업은 中정보기관과 연결돼

지난해 중반 평양에는 ‘KKG’라는 영문 로고가 새겨진 신형 택시가 등장했다. KKG 택시는 달러, 유로, 위안 등 외국 화폐로만 택시비를 받는다. 또 대동강 강변에는 ‘KKG 거리’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미국과 아시아 각국의 외교 당국자와 홍콩의 법원 자료 등을 근거로 “KKG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이 외국계 자본과 공동으로 세운 합작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강도 높은 경제제재에 직면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홍콩 투자사인 퀸스웨이그룹과 함께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합작 기업을 세웠다는 것이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료들도 “노동당 39호실의 지원을 받는 KKG가 북한이 벌이는 문어발식 사업의 핵심 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은 KKG가 단순한 브랜드 이름인지 아니면 북한 국영기업의 명칭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홍콩 금융지구 퀸스웨이 88번가에 본사가 있는 퀸스웨이그룹은 홍콩뿐만 아니라 영국 석유회사 BP가 추진하는 앙골라 유전과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개발 등 각종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과 싱가포르에도 부동산을 갖고 있다. 퀸스웨이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계 재벌 샘 파는 중국의 정보기관 및 국영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KG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요트, 모피 등 고가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북한이 경제제재로부터 자유로운 홍콩 투자사 KKG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2008년 이후에는 평양 시내 광고판에 KKG라는 로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홍콩 법원 자료에 따르면 퀸스웨이가 KKG를 통해 투자한 사업 분야는 택시, 부동산, 자원 개발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석유 탐사와 광물자원 개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북 경제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북한은 돈줄을 거머쥐고 있는 노동당 39호실이 김정일 정권때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아 버거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 39호실은 돈을 흐르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맡고 있다. 북한 정권을 버티게 하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북한#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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