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愛] “대구구장에 청춘을 바친 이들을 위해 최고의 이별준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6일 05시 45분


삼성 마케팅팀 채성수 대리는 올해로 마지막 시즌을 맞은 대구구장에서 팬들과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마케팅팀 채성수 대리는 올해로 마지막 시즌을 맞은 대구구장에서 팬들과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마케팅팀 채성수 대리

한국 프로야구 최강 팀 ‘삼성의 요람’
이곳에 청춘 보낸 치어리더·응원 단장
마지막 홈 10경기, 이들 위해 쏠겁니다


대구구장의 정식 명칭은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다. 대구광역시 북구 고성로35길 12-1번지에 위치한다. 한 눈에도 그리 화려하지 않은 외관. 관중이 아무리 몰려도 1만명밖에 못 들어온다. 내부는 더 허름하다. 조금씩 이곳저곳을 손봤지만, 점점 발전해가는 프로야구 수준과 관중의 눈높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언젠가부터 대구구장은 빨리 사라져야 마땅한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삼성도 조금씩 집을 떠날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올해 그 마지막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야구장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다. 대구구장은 한국프로야구 최강팀 삼성의 요람이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까지, 삼성의 모든 영욕을 함께 했다. 그래서 삼성 마케팅팀은 팬들의 기억 속에 대구구장과의 마지막 순간을 최대한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마케팅팀 채성수(35) 대리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 팬들과 호흡하는 이벤트·프로모션이 주 업무


채성수 대리는 올해로 5년째 삼성 라이온즈에서 일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다 2011년 2월 삼성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라이온즈 공채 공고를 보고 지원해 야구단으로 왔다. 경희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채 대리가 평범한 직장생활에 서서히 지쳐가던 시기. ‘설마 될까’ 싶은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가 덜컥 붙었다. 그리고 곧바로 홍보팀 업무를 맡게 됐다. 채 대리는 “사실 나보다 더 다재다능한 친구가 뽑혔는데, 그 친구가 워낙 유능해 회사에서 안 놓아줬다. 그래서 내가 왔다”며 웃었다.

그 후 홍보 업무 2년, 기획 업무 2년을 거쳐 올 시즌부터 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팬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 방송실 관리 등이 주요 업무다. 채 대리는 “마케팅 파트에선 나도 겨우 1년차라서 많이 배우는 중이다. 어린이회원 모집도 내 담당”이라며 “개막 이후 최근까지 다른 9개 팀의 홈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다른 구단은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 관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대구구장의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세요!

올해는 마케팅팀이 특히 바쁜 시즌이다. 대구구장의 역사적인 마지막 해를 기념하기 위해 1년 내내 팀원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단 홈경기마다 ‘라이온즈 역사 속으로’라는 이름과 함께 전광판을 통해 삼성의 명장면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기획을 시작했다. 채성수 대리는 “5회말이 끝나고 주어지는 4분이 우리에게는 귀한 시간이다. 1982년부터의 중요한 역사를 사진으로나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며 “‘G-72’로 시작해 매 홈경기가 끝날 때마다 카운트가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구장의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세요’라는 취지에서 20명 이상이어야 가능했던 단체관람의 문턱을 10명으로 낮추고 할인율도 높였다. 따로 단체관람 신청을 위한 콜센터도 연결했다. 채 대리는 “메이저리그에 가보니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는 ‘추억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무척 중요하더라.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함께 대구구장에서 마지막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스티커와 응원소품, 경품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구구장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들을 위해

삼성은 대구구장에서의 마지막 홈 10경기를 위해 더 집중적으로 이벤트를 마련할 생각이다. 채성수 대리는 “여기 와 보니 대구구장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치어리더팀 노숙희 팀장은 2000년부터 구단 치어리더를 해왔고, 김상헌 응원단장은 스무 살이던 2000년에 블레오 마스코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삼성과 죽 인연을 맺어왔다”며 “시구 역시 그간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분들로 모시려고 다같이 여러 가지 기획을 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채 대리는 팀을 위해 이렇게 고민하고 움직이는 시간들이 “즐겁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는 나와 안 맞는 것 같아 많이 힘들었는데, 삼성 구단에 와서 재미를 느끼면서 나도 삶의 생기를 되찾게 된 것 같다”며 “라이온즈가 내게는 마지막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나중에 이 경험들을 토대로 재미있는 야구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인생의 목표도 찾게 해준 고마운 곳”이라며 활짝 웃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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