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경환 경제팀, 세부 계획도 없이 추경부터 외쳐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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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1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과 기금계획 변경, 공공기관 조기 투자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동원해 3%대 경제성장률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충격으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추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비와 서비스업의 위축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추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각 부처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재탕 삼탕한 정도의 하반기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오죽하면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추경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세출 리스트를 가져오라”며 반대했겠는가. 메르스 사태의 파장을 좀 더 분석해 세부 명세를 짜겠다지만 경기 활성화의 타이밍을 고려하면 지금도 늦었다.

추경을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지 않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에나 털어 넣는다면 재정 건전성만 훼손할 수 있다. 2013년에도 17조3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15조8000억 원의 국채를 발행했지만 경기 회복 효과는 거의 없었다. 정부는 세입 전망을 높여 잡아 세수 부족만 키웠다. 작년 약 11조 원의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그 이상이 예상돼 추경의 상당액이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민간 쪽에서 메르스 사태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그제 “정부는 한국 경제의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정책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소비세 완화 등 10대 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회원사들에 조기 여름휴가와 국내 여행을 독려하고 나섰다. 반면 최 부총리는 경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자 “이제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잠재성장률을 달성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서 비겁한 책임 회피다.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최 부총리가 내년 총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빨리 정부를 떠나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래서야 정부 경제팀이 민간 경제단체들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최경환#세부 계획#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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