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로마에서 오페라 ‘토스카’ 실제 무대를 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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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 3막의 배경인 로마의 산탄젤로 성. 로마=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토스카 3막의 배경인 로마의 산탄젤로 성. 로마=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이탈리아의 로마에 와 있습니다. 정보의 속도가 빨라져 쉽게 고국 소식을 알 수 있으니 너무 좋고 너무 편하군요.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에 나온 장소들도 다시 찾아보고, 푸치니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오페라 ‘토스카’의 실제 무대들도 새롭게 둘러보고 있습니다. ‘토스카’는 프랑스 작가 빅토리앵 사르두의 연극 ‘라 토스카’가 원작입니다. 연극을 소재로 한 오페라가 대개 그렇듯이, 음악이 부가되면서 연극의 디테일은 많은 부분 생략됐죠.

치마로사
원작인 연극에서는 주인공 두 남녀의 이력도 흥미롭습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던’ 여주인공 플로리아 토스카(?∼1800)도 상세한 성장배경이 나옵니다. 돌봐주는 이 없이 힘들게 자라다가 수녀원에 맡겨지는데, 작곡가 치마로사(1749∼1801)가 그의 노래 재능을 발견하고 데려다가 키운다는 설정입니다.

연극 속 사건이 펼쳐지는 시점에는 토스카가 당대의 다른 유명 작곡가 조반니 파이시엘로(1740∼1816)와 긴밀히 활동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오페라에도 토스카가 궁정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콘서트는 진보세력과 친하게 지내다 보수세력의 집권으로 곤경에 빠진 파이시엘로가 보수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조직한 콘서트로 그려집니다. 파이시엘로는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초연을 방해한 일화로 오페라 팬들에게 낯익은 인물입니다.

토스카의 애인인 마리오 카바라도시(?∼1800)의 이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파리에서 대화가 자크루이 다비드(1748∼1825) 문하에서 그림을 공부한 것으로 나옵니다. ‘알프스를 오르는 나폴레옹’으로 친숙한 화가죠.

기자가 보기에 이 토스카는 매우 ‘저널리스틱’한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이 안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의 헤드라인만 써볼까요. ‘프리마돈나가 경시총감 살해하고 투신자살/어제 콘서트서 갈채받은 플로리아 토스카’ ‘(해설) 의문의 두 죽음, 화가 처형과 연관?’ ‘보수연합군, 마렝고에서 나폴레옹에 대패’ ‘탈출한 전 집정관 안젤로티, 은신처 발각된 뒤 즉결처형돼’

내일은 날이 밝기 전 어두운 새벽에 호텔을 나서려 합니다. ‘토스카’ 3막에 푸치니가 그린 로마의 새벽 모습을 몸으로 느껴 보기 위해서입니다. 설렙니다.

―로마에서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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