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2곳 → 15곳… 부실경영 면죄부에 성과급만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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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평가]

기획재정부가 17일 내놓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정부 주도 공공개혁의 근본적 한계를 노출한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조직 규모가 작은 기관장만을 퇴출 명단에 올리는 방식으로는 공공개혁이 정권 초기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별 세부 평가기준과 결과를 전면 공개하는 한편 정부 영향력에서 독립된 기구가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토대로 평가를 해야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임기 절반 지나야 퇴출 가능한 구조


평가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난해 공공기관들은 괄목상대라고 할 만한 성과를 냈다. 당기순이익이 2013년 5조 원에서 2014년 11조 원으로 늘고, 노사 협력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했다는 게 기재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평가다.

이처럼 정부가 개혁의 성과를 포장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엄격한 기준으로 퇴출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에는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E등급을 한 번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권고 대상에 오른다. 하지만 부임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으면 퇴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공운위의 기준 덕분에 적지 않은 기관장들이 면죄부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경영평가 시점이 기관장 부임 6개월 전이라면 기관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기관장에 대한 신임을 묻는 작업은 실질적으로 다음 해부터 시작된다. 3년 임기의 절반인 1년 6개월 정도는 지나야 기관장에게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해임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올해 경영평가 결과 E등급을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기관장 취임 후 6개월이 되지 않아 퇴출을 모면했다. 이들과 함께 E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는 사장이 공석인 상태다. 또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2년 연속 D등급 이하를 받았지만 역시 사장 재임 기간이 6개월이 안 돼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평가에서 E등급과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는데도 기관장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어서 퇴출을 면했던 11곳 가운데 올해 퇴출 대상에 포함된 곳은 1곳도 없다. 평가등급이 전년보다 올랐거나 재임 기간에 따른 면죄부가 아직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장식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은 “철도공사,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눈 가리고 아웅’격 부채 관리

기재부는 LH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등 18개 중점관리 대상 기관의 지난해 부채 감축 규모가 35조3000억 원으로 당초 계획(32조2000억 원)보다 3조1000억 원의 부채를 더 줄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 관행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18개 공공기관이 2014년 말까지 늘릴 예정이었던 예상 부채를 기준으로 감축 규모를 산정한 것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말과 2014년 말 사이의 부채 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116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13년 509조 원에서 2014년 507조3000억 원으로 1조7000억 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공공기관의 몸집은 그대로인데 정부는 기관의 군살이 당초 계획보다 덜 쪘다는 데 만족하는 셈이다.

기재부 당국자는 “18개 중점관리기관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줄이기로 했던 부채 감축 규모만을 분석했으며 18개 기관만의 연도별 부채가 얼마인지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과급을 받는 공공기관 수는 지난해 87곳에서 올해 101곳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A등급을 받은 대한주택보증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월평균 기본급(405만 원)의 2배인 810만 원을 받는다. 역시 A등급인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성과급으로 기본 연봉(1억623만 원)의 96%인 1억198만 원을 받는다.

공공기관 평가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과 관련해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이라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뢰도 높은 자료를 상시적으로 구축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평가 결과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15곳으로 지난해(2곳)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감정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소비자원 등이 대표적인 우수 기관으로 꼽혔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손영일·홍수용 기자
#공공기관#경영평가#부실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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