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기업의 벤처투자,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최고…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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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투자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규 산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최대 규모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대기업은 지난해 약 6조 원을 벤처회사에 투자했고, 올해 1분기(1~3월)에도 2조5000억 원을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구글벤처스는 매년 3000억 원을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일반적으로 재무적인 목적보다는 사업 강화 또는 인수대상 파악 등의 전략적 목적이 크다. 이전에는 성장 단계 벤처회사와의 파트너십을 위한 투자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확보하기 위한 외부 연구개발(R&D) 개념의 초기투자가 많아지고 있다.

외부 R&D 개념의 벤처투자는 헬스케어업계 대기업들의 전략이다. 대형제약사들은 최근 다수 제품의 특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채널로 벤처투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바티스, 존슨앤존슨,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은 가장 활발한 대기업 벤처투자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 분야도 대기업 벤처조직의 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지난 5년간 핀테크 벤처회사 투자실적을 보면 상위 3개 투자자가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탈, 씨티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소재 대기업 벤처투자조직이다. 구글벤처스는 생태계 전반의 다양한 핀테크 영역에 투자한 반면 인텔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집중을 하고, 씨티벤처스는 금융거래, 빅데이터, 보안 등 금융업 관련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대기업의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시장 진출 역시 활발하다. 오랜 기간 벤처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유럽계 기업인 지멘스, SAP와 더불어 지난달에는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도 실리콘밸리에 1700억 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설립했다. 일본계 주요 대형상사의 투자조직도 일본 내 사업과의 연계를 목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라이엇게임즈, 스냅챗 등을 포함해 수십 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이런 노력이 늘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벤처투자조직의 평균 운영기간은 1년 정도로 대기업 문화와 벤처투자 문화와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몇몇 대기업도 2000년 초부터 미국 내 벤처투자를 검토하고 개시한 곳도 있었지만 삼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명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리콘밸리 벤처문화와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호찬 KTB투자증권 미주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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