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 “침략 인정한 도쿄재판 검증” 戰後질서 부인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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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입법과정도 문제삼아… 아베 개헌추진에 정당성 부여 의도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올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주년을 맞아 자국의 A급 전범을 심판한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은 물론이고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검증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을 점령 통치한 미국 주도의 연합국이 만든 전후 질서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평화헌법의 문제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추진하는 개헌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16일 패전 직후 일본을 통치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점령 정책, 도쿄재판, 현행 헌법 성립 과정 등을 검증하는 새 조직을 설치하려는 논의가 자민당 내에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조직은 도쿄재판이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인정한 배경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심판하기 위해 1946년에 실시된 도쿄재판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 등 28명을 A급 전범으로 기소해 심리 도중 사망한 3명을 제외한 25명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본 우익 일각에서는 전승국 측이 일방적으로 구성한 법정에서 패전국 일본의 죄상을 논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도쿄재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조회장은 올 2월 기자회견에서 “도쿄재판이 무효라는 건 아니지만 (판결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민당의 검증 조직은 또 GHQ가 점령 통치 중 여러 신문에 ‘태평양 전쟁사’를 연재하는 등 전승국의 역사관을 주입하기 위해 ‘워 길트 인포메이션 프로그램(War Guilt Information Program)’이라는 조직적 선전 정책을 추진했다는 주장도 검증할 방침이다.

특히 현행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검증은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신조 총리는 평화헌법에 대해 “GHQ의 문외한들이 8일 만에 만들었다”고 낮게 평가한 바 있다. 자민당의 검증 조직이 현행 헌법 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개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만 개헌 반대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8월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2차 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한 인물)의 발언 보도를 취소한 것과 관련해 이 보도가 미친 영향을 검증 중인 자민당 내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중간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도쿄재판과 평화헌법을 다루는 검증 조직이 특명위원회의 뒤를 이어 이 부분을 계속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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