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그 많던 나이롱환자, 다 어디 갔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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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기·경제부
신민기·경제부
메르스가 몰고 온 경제적 파장이 심각합니다. 관광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도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울상입니다. 내수가 더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급기야 한국은행은 지난주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메르스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손해보험업계입니다.

메르스로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교통량이 줄고, 그만큼 자동차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르스 감염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것도 보험사에는 호재입니다. 현대증권은 메르스로 6월 보험사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 전국의 병원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서울과 경기 평택시 등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의 병원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아예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입원해 있던 환자들마저 퇴원을 앞당기고 있다고 합니다.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나 노인이 있는 가정은 이럴 때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험금을 노리고 허위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속칭 ‘나이롱환자’ 상당수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간 나이롱환자가 적지 않다”고 귀띔합니다. 이들 역시 메르스가 무서운 겁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롱환자로 인한 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 금액은 지난해 총 735억 원이었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2013년 448억 원에서 64.1%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입원 보험금을 노리고 경미한 질병으로 장기 입원해 일반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축내고 있습니다.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하루 수십만 원씩 ‘입원 일당’을 챙기는가 하면 1년에 200일 넘게 입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보험금만 믿고 쇼핑하듯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관행이 다소 줄어들 공산이 큽니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아는 단골 병원에 치료를 맡기기보다, 큰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는 한국의 의료쇼핑 관행은 메르스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번 사태로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실한 공공의료체계도 문제지만 나이롱환자가 떠난 병상과 과잉진료 환자가 뜸해진 병원 대기실도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신민기·경제부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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