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메르스 공포에 기죽는 아이들, 원망과 불신의 바이러스 심어주지 말아야

  • 입력 2015년 6월 1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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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휴업하는 유치원과 학교가 계속해서 늘어나 2천6백여 곳을 넘어섰다. 그에 따라 외출을 삼가는 ‘방콕 육아’가 늘고 있다. 생활필수품은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망설인다. 아이를 타인의 손에 맡기기를 꺼리고 이웃과의 일상적인 교류마저도 차단한 가정이 적지 않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공포는 특히 임신 중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더욱 심하다. 그런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메르스 공포가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고, 그 가운데 아이의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교수>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교수>
인터넷 육아커뮤니티에는 메르스가 원인이 된 가정불화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를 보러 기차를 타고 올라온 시어머니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자는 남편의 무심함에 속이 타들어 가기도 한다. 행여 밖에서 메르스를 옮겨오지나 않을까 하는 엄마의 마음은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울 리 없다. 밖에 나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꾸중하고 짜증을 내는 것은 다반사. 그나마도 갑작스러운 어린이집과 학교의 휴업으로 아이를 돌봐줄 곳을 잃은 워킹맘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판국이다.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부모의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보내는 시간이 공포와 원망의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에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두려워서 피해있고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과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잠시 집에서 쉬는 것이라고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뉴스를 바라보며 불신하고 마음을 졸일 것이 아니라, 의연한 마음으로 자녀에게 시선을 돌리고 아이와의 시간을 퀄리티 타임으로 가져야 한다.

방콕 육아를 통해 메르스로부터 신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망과 불신의 바이러스가 자녀의 정서에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서적 면역력이 약해지면 모든 것이 약해진다. 보호해야 할 영순위 대상이 우리 연약한 아이들이지만 어른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라면 그 누구보다 건강한 면역력을 자랑한다. 안전한 울타리란 어른이 조성하는 안심과 신뢰다.


임영주 교수 (신구대 유아교육과, 부모교육전문가)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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