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 김 “항상 감시받는 제자들아, 평양의 봄을 꿈꾸지 말아다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평양서 영어 가르친 美 수키 김, TED 출연해 北 사회현실 고발

“평양과학기술대 신사들(제자들)아, 난 너희들이 북한에서 혁명을 주도하길 원치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북한의 봄(민주화)’을 기대하겠지만 너희들이 어떤 위험한 것도 하길 원치 않는다. 누군가 항상 너희들을 감시한다는 걸 이 선생님은 잘 알기 때문이다.”

2011년 7∼11월 평양과기대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담은 ‘평양의 영어 선생님’(원작 ‘Without You, There Is No Us·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 저자인 재미작가 수키 김 씨(44·사진)가 세계적 강연 행사인 테드(TED)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12분 길이의 이 동영상은 올 3월 캐나다 밴쿠버 TED 행사에서 녹화된 것으로 최근 TED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김 씨는 “(학생들이 그런 위험을 감수했을 때) 닥칠 일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내가 어떤 새로운 영감을 줬다면 모두 잊고 그냥 ‘위대한 지도자의 군인’이 돼서 안전하고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자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최고 엘리트 학생들조차 철저히 감시당하는 북한 사회의 억압적 현실을 역설적으로 고발한 셈이다.

김 씨는 “하루는 학생들이 ‘평양이란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이제야 대답하는데) 아니다. 전혀 아름답지 않다. 평양은 북한의 다른 모든 지역을 먹어치우는 괴물 같고, 군인과 노예밖에 없어서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평양에서 본 것은 암흑(darkness)뿐이지만 내 제자들이 사는 곳이니 미워할 순 없다. 내 사랑스러운 젊은 신사들이 언젠가 그곳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기를 희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강연에서 “북한은 국가를 가장한 강제수용소이고 평양과기대도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 같았다”며 저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지역의 출판기념회 행사를 소화하고 있는 김 씨는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청중 중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명사가 많았다. 내가 속한 강연 세션의 강사 10명 중 전원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내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현장의 감동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였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