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유엔미래보고서 2045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국회의원이 실업자가 되는 세상이 온다?”

  • 입력 2015년 6월 9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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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기술이 발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만 급급한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할 여유가 없다. 이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만이 생존 가능하다.

에디터 임종현 포토그래퍼 김현진


26년 전인 1989년에 만들어진 영화<백 투 더 퓨처 2>는 전작에 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타임머신을 다룬 SF영화이기에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데, 흥미롭게도 현재 시기인 2015년의 모습이 등장한다.

당시 영상통화, 음성인식기기, 무인식당, 3D영상 등 영화에 나왔던 상당수의 과학기술 관련 장면들이 거의 흡사하게 현실화되었다.

그런데 개봉 당시 영화를 본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런 기술들이 실현 불가능할 거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훨씬 먼 미래에나 실현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유엔미래포럼과 세계미래회의의 한국대표인 박영숙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군가는 이미 예상했던 현재


유엔미래보고서 2045를 비롯해 미래예측저서를 20여 권이나 집필한 미래예측 전문가 박영숙 대표는 1982년부터 2010년까지, 주한 영국·호주대사관 공보실장, 수석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대사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진국들의 미래예측기법에 큰 감명을 받아, 본격적으로 세계 미래예측 전문가 집단에 합류했다. 그녀는 80년대부터, 미래의 변화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요즘 3D 프린터가 굉장히 화제잖아요. 전 26년 전에 3D 프린터를 처음 봤습니다. 세계미래회의에서 3D 프린터를 개발한 사람이 미래학자들을 앞에 두고 시범을 보였었죠. 그런데 플라스틱이 녹으니깐 역한 냄새가 진동해서,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자리를 피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어요. 만들어진 물건도 형편없었고요. 당시엔 이런 허술한 제품이 정말 상용화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그때부터 많은 미래학자가 30년 정도만 지나면, 3D 프린터로 못 만드는 물건이 없을 거라고 했었어요. 이후 저도 3D 프린터의 발전 가능성을 확신하고, 20년 전부터 강의를 할 때 3D 프린터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나’ 반응했죠. 이제 몇 년 만 더 지나면 일반 서민들도 가정에서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럼 1,900년 뉴욕거리에 있던 수많은 마차가 1913년에 전부 자동차로 바뀐 것처럼 사람들의 생활이 확 달라지겠죠.”



더 이상 예측하기 힘든 미래, 2045년


박영숙 대표는 세계미래회의 등 약 20여 개 미래 관련 국제기구의 한국 대표를 맡으며,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예측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수십 년 전부터 현대 문명의 상당 부분을 예측해왔고, 미래의 모습도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45년 이후의 미래는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2045년 이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건, 앞으로 나노기술, 합성생물학, 인공지능의 발달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이런 것들은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을 겁니다.”

박 대표는 2045년 이후의 미래는, 우리가 첨단기술들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늘어나는 수명

바이오칩이 장착된 손목밴드를 차거나 몸속에 칩을 삽입하면, 편하고 지속적이면서도 정확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또 심장 근육의 변화를 미리 알려줘서 치명적인 심장마비도 예방할 수 있다.

미래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국민들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해 생체시료 저장소 및 유전체 정보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이 시스템은 질병 및 건강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되며 특히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질병의 증상이 나타난 후가 아니라 발병 전에 치료하면 생존율은 당연히 높아진다.

“특히 장기 재생 및 생산의 생명공학 분야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계는 이식에 사용하기 위한 장기 생산이 2020년경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실험용 동물 테스트가 끝나면 인간의 장기 생산도 실현될 거예요. 그리고 줄기세포를 응용해 생산한 장기는 모든 기관이 환자와 유전적으로 일치하기에 거부반응을 일으킬 위험도 없죠. 이런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 100세를 훌쩍 넘기게 될 것입니다.”



사랑과 종교의 변화

수명이 연장되면서 인류의 오랜 본능조차 변하고 있다. 사랑과 관련된 호르몬은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옅어지면서 욕구 역시 감퇴한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오면,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다른 관심거리를 찾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상현실이에요. 이제 인간은 육체적인 쾌락 대신에 정신적인 만족감과 쾌락을 사이버 공간에서 찾아요. 예를 들어 극단적이긴 하지만 게임에 빠지면, 잠이나 식사도 거르고 게임만 하잖아요. 앞으로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달하면, 현실과 똑같은 가상공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중독자들이 늘어날 겁니다.”

2040년경에는 결혼제도 자체가 소멸할 수도 있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120세를 넘어서는 시점에서는 한 파트너와 100년을 함께하는 삶이 인위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심지어 생활의 파트너가 인공지능이 될 수도 있어요. 다양한 인공지능이 혼자 사는 인간의 외로움을 책임지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미래학에서는 수명연장으로 죽음이 점점 멀어 지면서, 과학이 종교를 밀어내는 현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및 생명공학 등 과학의 발전이 많은 고대 종교의 기반을 허물 것이다. 특히 사망률을 감소시키면서 죽음의 공포 역시 감소하게 되므로 종교가 전반적으로 약화된다.


모든 걸 만드는 3D 프린터

3D 프린터는 미래의 의식주와 관련해 가정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될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나사 같은 단순한 부품을 프린트하면서 시작된 3D 프린터는 지금은 신발, 옷, 음식, 집까지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프린트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화된 3D 프린터는 건축이나 의학 분야 등 더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겠지만, 미래 가정에서는 보급형 3D 프린터가 필수적 가전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가격하락으로 인해 일반 가전제품과 별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고요.”

가정용 3D 프린터는 무료로 혹은 저작권료를 지급한 설계도를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것만으로도 옷과 신발을 비롯해 가방, 보석, 장식품, 주방용품 등을 프린트하게 될 것이다.

가격하락 이외에도 홈 3D 프린터가 빠르게 정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과 기타 여러 선진국에서 제조업이 사양화되고 있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이 사라진 선진국에서는 3D 프린터를 환영한다. 새로운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거나 쇼핑하러 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동반자가 될 AI
로봇

이미 우리 곁에는 어느 정도 현실화된 로봇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5가지가 된다. 첫 번째로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론, 즉 무인기다.

“10년 전만 해도 고도의 군사 작전에 주로 사용되었던 무인기는 이제 일상생활용으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어요. 기술의 발달로 가격이 더 낮아지면 더욱 다양 한 분야에서 무인기를 보게 될 겁니다. 무인기가 더욱 발전하면 택배서비스, 음식배달, 우편배달, 해충박멸업자, 조경지사, 목축업자, 토지 및 현장 측량사, 소방관, 사진기자, 경비원 등의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로는 무인자동차다. 세계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예외 없이 무인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무인차 개발에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인데, 현재까지 70만 마일의 무인자동차 무사고 운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 소매점이나 마트의 도우미 로봇이다. 로봇 기업 펠로로봇에서는 ‘OSHBOTS’ 1세대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 로봇은 제품 위치를 인지하고 고객을 인도하며, 여러 가지 언어로 고객과 소통한다.

네 번째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으로, 청소로봇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의료 및 의학에 관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갖춘 건강 관련 로봇이 있다. 로봇 외과의로 유명한 다빈치 시스템은 인간보다 더 정확한 외과수술을 시행한다.

“인공지능 로봇의 수준이 인간과 비슷하게 되면 다수의 기업이 실제 인력을 인공 지능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질 겁니다. 듣기 좋은 목소리로 방대한 정보를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어 감정노동의 문제 역시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이고요. 심지어 법원에서도 인공지능 변호사가 인간 대신 변론을 맡는 미래도 올 수 있어요. 이렇게 보면 로봇으로 인해 풍족해지는 미래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마커스 울슨은 ‘인간이 작업해야 할 일들을 점차 로봇이 대신하게 되면서 미래에 인간은 오로지 창조하는 일에만 열중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해체되는 기존 사회 시스

각종 기술이 발달하는 미래에는 사회를 구성하는 각종 시스템도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우선 정부 시스템이 해체될 것이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로 나뉜 현재의 정부기관 시스템의 대부분이 미래에 필요 없게 된다.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의 경우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국민을 대신해서 법을 제정하고 국가의 행정을 맡아 왔다. 하지만 미래에 온라인 포털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런 일을 국민이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주민참여입법제도들이 온라인으로 활성화되고, 직접투표가 안전하고 정확하게 시행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국민의 대리인은 필요 없게 되는 것이기에, 국회나 의회는 사라지게 됩니다.”

교육 시스템도 해체된다. 무료 온라인 대학 교육과정이 활성화되고 단기 교육 과정인 마이크로 칼리지가 일반화되면, 대학에서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학과 이외에는 모두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시스템도 해체된다. 현재 세계는 국가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국가운영, 무역, 법률 등이 모두 국가별로 다르며, 각 국가의 특성에 맞게 시스템화 되어있다.

“이동성이 강화되는 미래에는 국가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져요. 또 기후 변화로 인한 난민의 증가, 인공섬의 등장 등으로 마이크로 국가 건국이 화두가 될 것이에요.”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페트리 프리드먼은 시스테딩연구소를 만들고 해상 국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국가의 등장은 국가 시스템의 해체를 불러올 것이다. 기존 국가의 법률이나 국가 운영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성향대로 마이크로 국가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온난화의 심각성

2041년까지 평균 2℃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온은 온난화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될 것이며, 2056년 지구 기온이 평균 3℃ 이상 상승한다면 자연과 인간의 시스템을 영구적으로 붕괴시킬 가능성도 있다.

“사람들이 아직 심각성을 잘 모르는데, 온난화로 빙하가 계속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여 육지가 가라앉게 돼요. 실제로 벌써 물에 잠긴 땅들도 있고요. 그래서 2009년, 김천에 세계기후변화상황실을 만든 거예요. 기후변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고, 더 새로운 방법도 연구해 만들 수 있거든요. 일단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면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해요. 미세조류를 키우면 나무보다 200배나 많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먹죠. 또 축산농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거든요. 그래서 고기를 배양해서 배양육을 먹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바다에 철분을 뿌리거나, 특수소재를 사용하여 해를 가리는 방법도 있고요. 이렇듯 세계적으로도 온갖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물 부족, 기후 난민, 국경의 의미 상실 등의 문제는 수십 년간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환경 변화에 살아남은 미래의 인류에게 기후 변화를 막는 것은 지상 최대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미래전도사

박영숙 대표는 1995년부터 한국수양부모협회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녀가 이 협회를 설립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 조사를 해보니깐 한국이 193개 국가 중에서 저출산 문제로 제일 먼저 소멸할 국가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또한, 한국 고아들의 해외입양율도 너무 높았고요. 그래서 한국의 출산문제와 입양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보게 됐죠. 저희가 미래학회에 의뢰해보니, 한국이 최저출산율로 2,800년이 되면 인구가 거의 제로가 된다는 결과를 보게 됐어요. 지금은 기간이 더 단축됐고요. 당시엔 정말 깜짝 놀랐죠. 그런데 제가 이렇게 심각성을 느낀 80년대에 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을 하면서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미래가 되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니 자식을 많이 낳아야 한다’고 알리고 다니면 미친년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여러 곳에서 도움을 줬죠.”

이런 이유들로 박영숙 대표는 현재까지 출산장려운동에 힘쓰고 있고, 한국수양부모협회를 만들어 ‘우리아이 우리땅 우리집에서 키우자’라는 사명으로 수양부모 운동에 힘써 현재까지 3만 명 넘는 고아들을 가정에서 키울 수 있었다.

박영숙 대표는 핸드폰을 두 개 사용하는데, 각 핸드폰마다 여러 개의 USB가 달려있다. 바쁜 와중에도 매일 업데이트 되는 미래 관련 자료를 보기 위해 저장하고 다니다가 틈날 때마다 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하지 말고,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 미래예측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하라고 했다. 그런 사람들만이 급변하는 미래를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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