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입맛 살린 ‘탈북민 손맛’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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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 교육생-홍용표 통일장관, 어려운 이웃에 도시락 봉사활동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탈북민 정착시설인 하나원 교육생들이 2일 서울 노원구의 한 홀몸 노인 집을 방문해 도시락과 음식을 건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탈북민 정착시설인 하나원 교육생들이 2일 서울 노원구의 한 홀몸 노인 집을 방문해 도시락과 음식을 건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탁탁탁탁….’

오이를 썰어내는 청량한 소리가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동일로 대한적십자사 희망나눔봉사센터에 퍼졌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여성 탈북민들이 양파를 까고 버섯을 다듬고 있었다. 다른 방에선 베이지색 빵 반죽이 보기 좋은 완두앙금빵으로 익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는 침샘을 자극했다. 센터 앞마당에선 인근 복지시설의 이불을 밟아서 세탁하는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시원한 물소리는 초여름의 더위를 식혔다. 센터 지하에선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뽑아냈다. 노원구 일대의 홀몸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에 나선 하나원 교육생 59명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머물고 있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한국 정착을 준비하는 제가 어려운 이웃에게 보답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설레요.” 탈북민 김명기(가명·46) 씨는 유쾌한 표정이었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후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들과 함께 직접 도시락 배달에 나섰다. 홍 장관은 1135번 버스를 타고 센터에서 두 정류장 떨어진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았다. 홍 장관과 탈북민들은 센터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10여 분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봉사활동은 처음이에요.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탈북민)

“서로 돕고 나누면서 느낀 뿌듯함이 정착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질 겁니다. 열심히 사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에요.”(홍 장관)

이날 탈북민들은 140가구에 도시락을 배달했다. 봉사를 마친 탈북민들은 홍 장관에게 “자본주의는 자기만 아는 사람들의 체제인 줄로만 배웠는데 오늘 일한 만큼 얻고 또 남을 도와주는 게 자본주의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동아일보가 4월에 보도한 ‘받는 탈북민에서 주는 탈북민’ 시리즈 취지가 좋아 이번 봉사활동에 꼭 함께 해보고 싶었다”며 “앞으로 하나원의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4월 초 봉사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하나원#홍용표#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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