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검찰 “블라터 소환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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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부패 스캔들 파문 커져
‘블라터 지지’ 러 축구협회장 해임… 브라질선 경찰조사-국정조사 직면
남미축구연맹 특권 폐지 움직임도

미국과 스위스의 사정 당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 스캔들’ 조사에 한층 더 고삐를 죄고 있다. 각국의 축구단체들도 이 스캔들의 여파로 조사를 받아야 하거나 단체장 퇴진 압박을 받는 등 후폭풍이 외부로도 향하는 양상이다.

스위스 검찰은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소환할 수도 있다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안드레 마르티 스위스 검찰 대변인은 전날 “FIFA 고위 간부들이 참고인 성격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블라터 회장도 필요하면 소환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당시 러시아와 카타르에 표를 던진 FIFA 집행위원들을 우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2008년 스위스 FIFA 계좌에서 빠져나간 1000만 달러(약 111억 원)의 사용처와 송금 승인 과정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돈은 3차례에 걸쳐 FIFA 부회장과 잭 워너 전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의 관리 계좌로 들어갔다.

1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축구협회는 전날 비상 대의원 회의를 열고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터 FIFA 회장을 두둔한 니콜라이 톨스티흐 현 회장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대의원들은 러시아축구협회 집행부가 무능한 것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8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사태에 따른 비난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해임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라질축구협회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제 에두아르두 카르도주 브라질 법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브라질축구협회와 후원업체들이 FIFA 비리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하라고 연방경찰에 지시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이번 조사를 찬성했다. 브라질 연방 상원의원들은 브라질축구협회가 담당하는 모든 축구대회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파라과이 의회는 수도 아순시온에 본부를 둔 남미축구연맹이 각국 대사관 수준으로 받아온 특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스 랴노 파라과이 상원의장은 남미축구연맹의 면세, 본부 사무실 조사 불허 등 1998년부터 누려 온 특권을 없애는 법안을 공개했다. 랴노 의장은 “미국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남미축구연맹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블라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존 휘팅데일 영국 문화언론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월드컵 보이콧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는 월드컵과 경쟁할 새로운 축구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란 한센 전 덴마크 축구협회장은 4년마다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월드컵에 대항할 세계적인 축구대회로 키우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캔들의 몸통인 블라터 회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딸 코린 블라터는 지난달 31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2, 3주 지나면 아무도 더 이상 블라터 회장의 사임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블라터 회장이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막후에 누군가 분명히 있다”며 음모설까지 내놓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스위스#블라터#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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