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무기수, 창녕서 목매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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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휴했다 미복귀 8일만에, “어머니 죄송… 먼저 갑니다” 메모

무기수 홍승만 씨(47)가 29일 경남 창녕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전주교도소에서 귀휴했다가 복귀하지 않고 잠적한 지 8일 만이다. 그동안 홍 씨는 추적을 피해 강원 부산 울산 경남지역 일대를 넘나들었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실한 귀휴제도와 교정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비극적 결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4시 20분경 창녕군 장마면 산지리 성지산 중턱에서 발견됐다. 자신의 바지로 나무에 목을 맨 상태였다. 홍 씨가 자살 전 머물렀던 산 근처 사찰 방에 남겨진 가방에는 현금 80만 원과 옷가지, 유서로 보이는 메모 등이 있었다. 메모에는 ‘어머니 형님 누님 막내 동생,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 씨(펜팔 애인) 먼저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누굴 원망하지도 말자. 세상에 사랑에 아등바등 구걸하지 말자.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라는 글귀도 있었다.

앞서 홍 씨는 25일 경남 양산에서 이 사찰 주인 A 씨(81·여)를 우연히 만났다. 이날 오후 1시경 A 씨는 통도사 앞을 걸어가다 발을 헛디뎠고 마침 홍 씨가 그를 부축해줬다. 홍 씨는 “절에 산다”는 A 씨의 말에 며칠간 머물 것을 요청했고 A 씨가 승낙해 함께 창녕으로 이동했다. 사찰에 머물던 홍 씨는 27일 오전 10시 반경 성지산을 바라보며 A 씨에게 “등산을 가도 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산으로 올라갔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 경찰은 29일 오전 A 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서 홍 씨의 시신을 찾았다.

앞서 교정당국은 3월 홍 씨가 모범수라는 이유로 교도관 동행 없이 4박 5일간의 귀휴를 결정했다. 또 잠적 직후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신원 공개를 거부하고 ‘72시간 자체 수사권’을 주장하며 경찰과의 공조에 소극적이었다. 홍 씨가 줄곧 대중교통을 이용한 만큼 초기에 검문검색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검거할 수 있었고 그의 생명도 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무기수#홍승만#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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