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만찬서 일본어로 ‘하이쿠’ 낭송… 아베 극진대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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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밀월… 글로벌동맹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전날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 밀월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28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통상의 외교적 표현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수사와 평가가 잇따랐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비전성명에서 미일 관계를 ‘부동의 동맹(unshakable alliance)’이자 ‘글로벌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또 “미일 양국의 안보와 번영은 서로 얽혀 있으며(intertwined) 떼어놓을 수 없고(inseparable) 국경을 초월한다(not defined by national border)”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등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아베 총리 이름을 부르며 일본말로 “신조, 아리가토 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버락, 생큐”라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툰 일본어로 “오타가이노 다메니(お互いのために·서로를 위해)”라고 말한 뒤 “바로 이런 정신이야말로 미일 동맹의 근간이며 전 세계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동맹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어로 말하는 모습은 NHK 등 일본 방송을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밀월 분위기는 이날 저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절정에 달했다. 3000여 명이 참석한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건배사를 하며 일본의 전통 단시(短詩)인 ‘하이쿠(俳句)’를 읊조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에서 유독 일본계 친구가 많았다”고 말한 뒤 “봄, 녹색 그리고 우정/미국과 일본/조화로운 감정”이라고 낭송했다. 마지막 대목은 일본어로 말했다. 이어 “찬란한 동맹(magnificent alliance)이 사계절 내내 오래가기를 바란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백악관 측은 이스트룸을 벚꽃 생화로 장식했고 일본 술인 사케를 건배주로 선택했다.

아베 총리도 시종일관 여유로 가득했다. 그는 “어제도 숙소에서 의회 연설을 연습했다. 하도 많이 하니까 아내가 짜증을 내서 다른 방에서 잤다”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한 뒤 “전 세계 어디에도 미일동맹과 같은 양자 관계는 없다. 미국과 버락이 어떤 도전에 직면해도 일본이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고는 미국 여가수 다이애나 로스의 노래 ‘그 어떤 산도 높지 않아요(Ain‘t No Mountain High Enough)’의 한 대목을 인용하겠다면서 “그 어떤 높은 산도, 그 어떤 깊은 계곡도 내가 미국에 다가서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두 정상은 매우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며 “미일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역내 동맹을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하이쿠#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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