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치료하려면 ‘정신’ 먼저 잡아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9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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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치료에 정신건강 악화…‘입’으로 ‘문화’로 치료효과 높여

암, 만성신부전증, 치매, 뇌졸중, 퇴행성관절염의 공통점은? 그렇다.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이다.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을 통해 발병해 계속 재발하는 질환이다.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호전 되는 듯하다가 다시 재발하는 ‘짜증나는’ 병이다. 치유가 어려운 만큼 환자 본인은 물론 장기간 발병으로 가정의 불행을 불러온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무엇일까.

● 노인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

우리나라도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만성질환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발병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특히 고령자들이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8~2011년 의료패널 가구원 1만7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질환을 하나 이상 보유한 만성질환자는 2011년 9072명으로 53.3%에 달했다. 이중 65세 이상 만성질환자는 2008년 전체 고령자의 85.8%에서 2011년엔 2732명으로 65세 이상 가구원의 93.9%를 점유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9.4명은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만성질환 치료하려면 ‘정신’ 먼저 잡아라.

만성질환은 본인은 물론 가족을 파괴하는 병이다. 한마디로 ‘물귀신 병’이다. 만성질환자가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질환 자체서 오는 심리적 충격과 신체 기능 저하, 그리고 외형 변화에 따른 자존감 저하다. 정신건강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질병이 장기화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장기간 입원치료를 할 경우 가족과 직장, 동료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이 악화될 경우 그 자체의 사망률이나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만성질환자 치료에 정신건강을 함께 관리해주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신건강 관리는 보조 치료제인 셈이다.

●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는 어떻게?

만성질환자의 정신적 불안은 전문 의료기관의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노인 만성질환 중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관절염은 생활에 제약이 크고 통증이 심각해 질환의 발생 이전과 이후 삶의 질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의 정도에 따라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후유증이나 사망의 위협이 높은 뇌졸중은 질환 자체의 심각성이 던져주는 충격과 공포도 크지만 뇌손상 부위에 따라 신경전달물질에 변화가 생겨 우울한 기분이 될 수 있다. 장기치료율이 높은 신장질환 역시 말기에 이르러 요독소가 증가해 우울증이 발현할 수 있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정신건강 손상이 우려되는 질환은 약물치료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의료기관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 암, 만성신부전증, 치매 등 맞춤형 정신관리 프로그램

이런 점에서 만성신부전증 치매 암 등의 중증질환에 대해 맞춤형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자들의 심리적 적응을 돕는 병원이 있어 화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그곳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만성질환자 정신관리 프로그램은 어떤가.

이 병원에선 ‘암통합케어센터 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될 때 암 자체보다 정신적 충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병원에선 정신건강의학과가 치료초기 적극 개입하여 정신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암수술 전, 후 그리고 항암치료 전, 후 2단계로 나뉘어 정신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의 정신관리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과거 말기 신장질환 환자들에게 신부전증이 발생하면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투석 기술이 발달하고, 신장 이식 수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말기 신장질환 환자들의 삶이 연장되고 있다. 신부전증 환자들은 오랜 투병기간 동안 우울증, 수면장애, 섬망, 인지기능 장애, 치료 비순응, 가족간 갈등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신적인 어려움들은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치료 중단과 같은 여러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치매환자를 위한 상담치료 프로그램도 돋보인다.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은 대부분 치매나 뇌혈관 질환 혹은 암을 앓고 있다.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인 요인이 더불어 작용하여 환자를 이전과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들이 환자의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해 줄 때, 환자들은 이해 받고 있다고 느끼며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치매 환자가 어떤 모습을 보일 때 왜 그런 것일까? 라고 생각해보며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상담을 통해 치매 환자의 정신건강을 업시키고 있다.

이밖에 뇌졸중이나 퇴행성관절염 등 다양한 만성질환자 힐링상담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일반 의료기관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만성질환자의 정확한 질환적 상태를 파악해 맞춤식 접근이 가능하고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교육 및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는 치료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 간의 관계를 증진시킨다”고 설명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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