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6000년 역사따라 흐른 창장강, 그 江에 진짜 중국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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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4일간의 중국 양자강크루즈]

《 중국에선 중국을 만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중국이 있어서다. 진시황의 중국, 공자 맹자의 중국, 제갈공명의 중국, 양귀비의 중국, 쑨원의 중국, 장제스의 중국, 마오쩌둥의 중국, 거기에 마윈(알리바바 창업주)의 중국까지. 6000년 역사는 머릿속에 담아내기에 너무나 길다. 그리고 크다. 내가 본 중국을 중국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러므로 이젠 요령이 필요하다.

요령(要領)은 ‘사물의 요긴하고 으뜸 되는 줄거리’. 뜻을 풀어 보면 ‘허리를 잡다’는 뜻이다. 허리는 무게 중심. 그걸 잡았다면 그야말로 본질에 접근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이해하는 요령, 그건 뭘까. 창장강을 따르며 그 역사를 조찰(照察)하는 것이다. 강은 역사다. 세월이다. 삶이다. 창장강도 그렇다. 그게 중국이요 그게 중국인이며 그게 중화(中華)다. 중화란 세계문명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뜻. 중국인이 지칭하는 중국의 또다른 이름, 자부심이 배어 있는 이름이다.

이 봄부터 늦가을까지 창장강을 오르내릴 양자강크루즈. 거기서 우린 유비와 관우와 공명을 만난다. 이백과 두보도 만난다. 수십만 년 강물에 씻겨 탄생한 삼협(취탕샤 우샤 시링샤의 삼협)도 게서 우릴 반긴다. 내가 몰랐던 수많은 중국을 알고 싶다면 양자강크루즈는 적절한 선택이다. 왜. 창장강은 스스로 중국을 포용하므로. 충칭서 떠나는 4박 5일 양자강크루즈로 안내한다. 》

역사는 강처럼 거슬러 흐르지 않으며 세상 사는 이치는 충과 효 뿐. 석보채가 있는 창장강변 세 장군의 소리없는 외침이다. 오른쪽부터 스스로 머리를 쳤으면 쳤지 항복은 않는다며 성을 지킨 동한의 장수 엄안, 유비의 충직한 아우였던 관우, 스스로 자기 목을 치고 성을 지킨 고대 파(巴)나라 장수 파만자의 석상. 충칭(중국)=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역사는 강처럼 거슬러 흐르지 않으며 세상 사는 이치는 충과 효 뿐. 석보채가 있는 창장강변 세 장군의 소리없는 외침이다. 오른쪽부터 스스로 머리를 쳤으면 쳤지 항복은 않는다며 성을 지킨 동한의 장수 엄안, 유비의 충직한 아우였던 관우, 스스로 자기 목을 치고 성을 지킨 고대 파(巴)나라 장수 파만자의 석상. 충칭(중국)=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첫날: 양쯔골드6호에 오르다

승선은 오후 7시, 출항은 오후 9시. 유람선 양쯔골드6호는 충칭시내의 조천문 부두가 기항지다. 6층(갑판 라운지) 규모의 이 배는 1만7000t으로 창장강의 선박 중 가장 크다. 객실은 24m²로 1급 호텔 수준이고, 모든 객실에 발코니가 있다. 채광은 물론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로 쾌적한 선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강 양안의 장관도 객실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다.

크루즈부두는 어디든 불편하다. 강둑을 계단으로 걸어서 오르내리는 데다 통행시설도 미흡해서다. 짐 운반은 좀더 난감하다. 하지만 한국승객은 괜찮다. 승하선 때 짐꾼이 대신 옮기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선 후엔 나흘간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휴식한다.

둘째날: 풍도귀성에서 삶을 되돌아보다

오전 7시. 발코니로 나가 아침을 맞았다. 맑은 하늘 아래로 푸른 산과 유려한 창장강이 평화롭게 펼쳐졌다. 양편 계곡 배후의 산악은 옅은 안개로 덮여 그 자체로 산수화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미 172km 하류. 배는 펑두(豊都) 현을 지나며 감속 중. 밍산 부두에 정박할 참이다. 첫 투어일정인 풍도귀성(豊都鬼城)을 찾아서다.

영어로 ‘귀신의 수도(Ghost Capital)’라 쓴 걸로 미뤄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을 떠나기 전 반드시 들르는 곳으로 이해됐다. 추측은 옳았다. 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유교와 도교, 불교의 사당이 밍산(288m)등성을 타고 계단처럼 들어서 있다. 계단을 오르며 죽음이나 영혼, 죄와 벌을 주제로 조성한 사당을 지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살지, 무엇을 하며 살지를 자연스레 깨치게 만드는 죽음 체험 도량이다.

오후엔 좀더 하류의 석보채(石寶寨)를 찾았다. 이곳은 긴 출렁다리를 통해 뭍에서 걸어서 오가는 섬의 12층 목탑(청나라 때 건축). 바위 절벽 면에 못 하나 쓰지 않고 55m 높이로 기대어 지은 탑이 날아갈 듯하다. 그런데 가서 보니 섬이 아니었다. 수몰된 계곡의 산봉우리로 위인(玉印) 산의 정상부다.

이 계단길 황천로의 끝은 죽은 이의 세상으로 들어서게 되는 귀문관. 이 길 좌우로 서있는 석조상은 사람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다양한 귀신의 형상이다.
이 계단길 황천로의 끝은 죽은 이의 세상으로 들어서게 되는 귀문관. 이 길 좌우로 서있는 석조상은 사람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다양한 귀신의 형상이다.
셋째날: 백제성에서 유비를 만나다

비로소 양자강크루즈의 백미인 싼샤(三峽)를 통과하는 날이다. 싼샤는 창장강 6397km 물길에서 석회암이 용식 침식돼 형성된 세 개의 협곡. 충칭(직할시)과 이창(후베이 성) 사이 197km 구간이다. 세 협곡은 상류부터 취탕샤(瞿塘峽) 우샤(巫峽) 시링샤(西陵峽). 중국 산수화에 등장하는 운치 넘치는 풍경으로 예로부터 명승지였다. 그러다 2009년 시링샤 상류에 싼샤 댐이 들어서며 수위 상승(175m)으로 400km의 물길이 새로 열리자 현대적인 크루즈 여행코스로 변신했다. 네 시간 만에 갑문 4개를 차례로 지나 댐을 통과하는 유람선, 중국 최초로 최고 등급(AAAAA)을 받은 싼샤 댐 관광은 장관이다.

싼샤의 들머리는 취탕샤가 있는 펑제(奉節) 현. 유람선은 취탕샤 통과 전 백제성 앞에 정박한다. 석보채처럼 물에 잠겨 섬으로 변한 협곡 산중 정상의 백제성 투어를 위해서다. 이 성은 후한의 장군 공손술(서기 36년 사망)이 제왕의 꿈을 품고 지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촉왕 유비가 숨을 거둔 곳으로 더 이름났다. 손권과 손을 잡고 208년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유비. 그는 형주 땅을 오나라와 반분한다. 하지만 익주 땅(쓰촨 성)을 놓고는 대립한다. 그러다 익주의 청두(成都·쓰촨 성 성도)를 차지하고 거기서 촉나라를 연다.

그러자 손권도 조조와 손을 잡고는 형주의 관우를 죽이고 그 땅을 차지한다. 그런 뒤 조조는 한나라의 왕위를 물려받아 221년 위나라를 연다. 이로써 후한이 사라진 중국대륙은 위촉오 삼국시대로 재편된다. 한편 관우의 죽음 이후 유비의 전략전술은 패착으로 일관한다. 223년 오나라를 상대로 설욕전을 펼치지만 오히려 패해 백제성에 피신한다. 그리고 거기서 죽음을 맞는다. 백제성엔 죽음을 앞둔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아들 유선을 부탁하는 장면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고 있다. 성 입구엔 공명이 촉왕 유선에게 227년 올린 북벌상소문 ‘출사표’를 새긴 거대한 비문도 있다. 공명은 그로부터 7년 후 위의 사마의(179∼251)와 대치 중에 생을 마감한다.

송곳처럼 가파른 산정 바위 절벽에 기댄 55m 높이의12층 목탑 석보채. 이 봉우리는 싼샤 댐 축조 후 수몰돼 섬으로 변했다.
송곳처럼 가파른 산정 바위 절벽에 기댄 55m 높이의12층 목탑 석보채. 이 봉우리는 싼샤 댐 축조 후 수몰돼 섬으로 변했다.
크루즈 갑판에서 싼샤의 세 협곡을 감상하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양쯔골드6호가 드디어 첫 번째 협곡 취탕샤에 들어섰다. 그 초입엔 수백 m 높이의 수직바위가 문처럼 서있다. 그게 중국의 10위안짜리 지폐에 든 쿠이먼이다. 그 절벽엔 지난 1000년 동안 시인묵객이 남긴 다양한 글씨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취탕샤의 협곡구간은 8km다.

다음 정박지는 수몰이주민 신도시 중 하나인 우산(巫山). 거기선 120명이 타는 유람선으로 갈아탄다. 우산에서 합류하는 지류(다이링 강)의 협곡 샤오싼샤(小三峽)로 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1시간 20분 뒤 협곡에선 다시 20명이 타는 보트에 오른다. 더 작은 협곡 샤오샤오싼샤(小小三峽)를 찾아서다. 그곳 풍경은 지하 석회암 동굴을 지상에 꺼낸 듯 절묘하다.

승객이 유람선으로 돌아오는 시각은 오후 5시 반. 배는 싼샤 댐을 향해 우산을 출발했고 20분쯤 후 석양에 붉게 물든 우샤로 들어섰다. 우샤는 석회암 절벽으로 이뤄진 거대한 산사면으로 이뤄진 협곡. 그래서 취탕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싼샤는 이렇게 창장강 192km 구간을 장식한다.

넷째날 : 싼샤 댐과 시링샤를 버스로 돌아보다

평소라면 유람선은 승객이 잠든 밤에 싼샤 댐을 통과해 아침에 댐 아래 부두에 정박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매년 4월 25일까진 그렇지 못하다. 관문 안전점검(매년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때문이다. 이럴 땐 크루즈 여행이 상류 쪽 댐의 부두에서 끝난다. 아침식사 후 배에서 내려 싼샤 댐과 댐 하류의 시링샤를 버스로 둘러본다.

싼샤 댐은 길이가 무려 230m나 되는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인에게는 자존심의 상징이라 찾는 이가 많다. 댐 관광은 해발 230m의 전망대공원을 한바퀴 둘러보는 것. 네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기에 힘들지는 않다. 시링샤는 충칭행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이창으로 가는 길에 지난다. 이창에선 점심식사 후 고속철도에 오르는 데 최고시속 195km로 4시간 55분이 걸린다. 충칭에선 특급호텔에서 숙박하며 이튿날 인천행 항공기로 귀국한다.

Travel Info ▼

▲여행상품:
매주 화·토요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기로 떠나는 패키지(4박 5일과 5박 6일)가 있다.

양쯔골드크루즈 선박에 승선하며 충칭투어(임시정부청사 등지) 선상옵션투어(샤오싼샤, 샤오샤오싼샤)를 포함해 149만 원(한 달 이상 전 예약 시 5만 원 할인).

전문인솔자와 통역이 동행해 안내하며 추가비용은 없다(노팁 노옵션). 충칭시내 숙박(1박)은 특급호텔(1박). 5월 9일 출발하면 선상에서 전근용 교수(서울디지털대학)의 삼국지강의도 들을 수 있다.

http://양자강크루즈.com,

페이스북 ‘양자강크루즈여행’ 참조.

베스트래블(www.bestravel.co.kr)

02-397-6100, 6107


충칭(중국)=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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