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고객 ‘셀프 서비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문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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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고객이 스스로 서비스를 받는 ‘셀프서비스(self-service)’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금융산업을 예로 들면, 인터넷이나 전화, 그리고 ATM(현금인출기) 등을 이용한 셀프서비스 선호 고객의 비중은 58%에 이른다고 한다. 항공사의 경우 그 비중은 68%에 이를 정도다.

셀프서비스는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물론 대면 서비스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고객의 반응을 보고 이를 바로 반영해 서비스를 ‘맞춤화’할 수 있다. 이처럼 셀프서비스와 대면서비스는 장단점이 명확하고 상호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고객을 셀프서비스로 과도하게 유도하는 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스위스 공과대학(ETH Zurich)의 쉬어러(Scherer) 교수 등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셀프서비스와 대면서비스의 상대적 비율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저자들은 도로 긴급출동 서비스를 대상으로 셀프서비스와 대면서비스의 비율이 고객 이탈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들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전화통화는 대면서비스의 하나로 분류했고, 직접 소비자가 클릭하면서 사이트에서 신청하는 경우를 셀프서비스로 구분했다. 2007년~2009년까지의 약 3만명 고객 데이터 분석결과, 셀프서비스의 비율과 고객 이탈 가능성 사이에는 ‘U-형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어떤 고객이 셀프서비스를 지나치게 많이 이용하거나 반대로 대면서비스를 지나치게 많이 이용하면 이후 아예 긴급출동서비스로부터 이탈할 확률이 높아졌던 반면, 셀프와 대면서비스가 6:4로 균형을 이룰 때 이탈률이 최소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주로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여겨진 셀프서비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고객 이탈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따라서 셀프서비스와 대면서비스의 적절한 밸런스가 중요한데, 최적 비율은 산업이나 기업별로 다를 것이므로, 각 기업은 자사의 최적 셀프서비스 비중이 얼마인지 분석해 알아야내 한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il.im@yonsei.ac.kr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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