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맞는 ‘법원 사용법’ 알려주면 어떨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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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서울중앙지법서 일일 명예법관

22일 서울중앙지법 일일 명예법관으로 위촉된 양우석 감독(오른쪽)과 형사합의26부 정현설 판사, 김우수 부장판사, 김용현 판사(왼쪽부터). 서울중앙지법 제공
22일 서울중앙지법 일일 명예법관으로 위촉된 양우석 감독(오른쪽)과 형사합의26부 정현설 판사, 김우수 부장판사, 김용현 판사(왼쪽부터). 서울중앙지법 제공
“미리 검토한 사건 기록 속 피고인을 직접 마주하니 긴장이 되네요.”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418호.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한 20대 남성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 남성은 길을 가던 여성을 보고 집까지 쫓아 들어가 넘어뜨리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사석 맨 오른쪽에는 재판부 3명 외에 법복을 입은 또 한 명의 법관이 앉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이성호)의 ‘일일 명예법관’으로 위촉된 영화감독 양우석 씨(46)였다.

법정에서 성범죄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양 감독은 “공소 사실을 글로 접했을 때는 우발적인 강제 추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상을 보니 피고인이 돈을 노리고 접근해 피해자의 가슴을 스친 것인지도 따져볼 수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관객 1137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을 만든 양 감독은 법원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1980년대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변호인’을 제작할 당시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을 수차례 찾아 재판을 방청했다. 서울남부지법 양우창 판사(42·사법연수원 33기)가 양 감독의 친동생이다.

양 감독은 “법원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특정한 가치가 아니라 이제는 ‘법원 사용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시작 전에 변호인 구하는 법도 몰라 쩔쩔매는 분들이 많다”며 “아주 기본적이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법원이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문턱을 높게만 바라보는 국민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생 법원 근처에는 안 가는 게 좋다’는 옛말을 파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전·월세금을 놓고 벌이는 소송처럼 누구나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을 어려운 곳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법원이 국민과의 접촉을 넓히기 위해 ‘법원 박물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른 곳으로 옮겨 폐쇄된 지방법원을 부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법정을 보존하면 어떨까요?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관람객들도 다녀가면 한층 국민과 법원이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일 명예법관#변호인#양우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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